피터 스완슨
목차
1. 책을 읽으며
2. 썩은 사과의 의미
3.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인물해석
4. 결말해석
책을 읽으며
사람들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게 뭔가요? 게다가 당신 부인은 죽여 마땅한 사람 같은데요.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서는 사회에 해만 끼치는 “썩은 사과“와 같은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살해당한다. 아동성추행범 쳇, 바람둥이 에릭, 불륜을 한 미란다, 미란다의 불륜상대인 브래드, 경찰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스토킹을 한 캠블 등 주인공이자 연쇄살인범인 릴리의 눈에는 죽여 마땅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릴리는 소시오패스라고도 불리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전형적인 모습이 보인다. 거짓말과 사람을 조종하는데 능숙하고 살인에 대한 죄의식이 없는 릴리의 모습이 혐오스럽다가도, 내 눈에도 죽여 마땅한 사람을 살해할 때는 통쾌한 기분이 든다. 특히 릴리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릴리의 살인이 성공하길 바라게 되는데 한 편으로는 정의롭게 느껴진다. 나는 책을 읽을수록 정당한 살인이 있는가에 대해 계속 곱씹게 됐다.
썩은 사과의 의미는?
릴리는 사회에 해만 끼치는 사람을 '썩은 사과'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썩은 사과가 가리키는 것은 자신의 욕망만을 좇는 사람이다. 앞서 말했던 살해를 당한 사람들은 모두 도덕성이 낮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에게 해를 가한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릴리는 어떤가? 릴리 또한 자신이 표현하는 “썩은 사과”에 해당한다. 릴리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도덕성이 낮으며 자신이 상처 입지 않기 위해서라면 타인을 해치는데 거리낌이 없다.
인물 해석
[쳇]
비뚤어진 성적 욕망
예술가인 쳇은 13살인 릴리를 보고 이쁘다며 쫓아다닌다. 릴리는 쳇을 피하려 하지만 쳇은 릴리의 방까지 몰래 들어가며 선을 넘는다. 릴리는 자신이 쳇에게 성폭행과 살해를 당할 거라 생각하고 쳇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릴리의 첫 살인은 생존을 위한 살인이었다. 릴리의 부모님은 딸에게 관심이 없었고 무책임했다. 릴리는 두려운 상황을 혼자 헤쳐나가야 했고, 어린아이인 릴리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살인자가 되어야 했다.
[에릭]
자신의 우월함을 나타내고 싶은 욕망.
릴리의 첫사랑인 에릭. 그러나 에릭은 바람을 폈고 배신을 당한 릴리는 에릭을 살해한다.
에릭은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해 무모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다. 에릭의 승부욕을 달리 말하면 자신이 항상 잘난 사람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릭은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남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 에릭이 사귄 릴리나 미란다는 그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여자일 뿐이다. 릴리는 그런 에릭을 꿰뚫어 보고, 에릭의 승부욕을 이용해 살인을 계획하고 성공한다. 그러나 쳇과 달리 에릭은 릴리를 위협하지 않았다. 에릭이 죽인 가장 큰 이유는 자신에게 상처를 줬다는 것이다.
[테드]
사랑받고 싶은 욕망
테드는 릴리가 죽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썩은 사과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테드 또한 과거에 같은 학교 여학생을 위협하고, 그녀의 아버지에 죄를 뒤집어 씌운 적이 있다. 테드가 그녀를 위협한 이유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이다. 마찬가지로 테드가 미란다를 죽이기로 결심한 이유는 미란다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이다.
[미란다]
돈에 대한 욕망
미란다는 돈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이다. 미란다가 테드와 결혼 이유는 돈이었고, 테드를 죽인 이유도 돈 때문이었다. 남편의 돈은 사랑했지만 남편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매력 없는 남자에게 사랑에 빠진 척하는 연기하는 것은 고통이었기 때문에 죽이기로 결심한다. 미란다는 브래드를 유혹하여 테드를 살인할 계획을 세운다.
미란다는 릴리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둘 다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는 것인데 이 두 사람은 부모님으로 인해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
릴리의 살인은 무관심한 부모님 때문에 시작됐다. 처음에는 생존을 위한 살인이, 나중에는 변질되어 오히려 사회를 위해 살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란다는 무책임한 아빠와 돈만 밝히는 엄마 밑에서 자란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자라며 미란다는 돈에 집착하게 된다. 또한 미란다와 릴리, 둘 다 거짓말에 능숙하고 사람을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능력이 있다. 나는 미란다와 릴리가 계속 겹쳐 보였고, 결국에는 같은 결말을 맞이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브래드]
인정에 대한 욕망
브래드가 테드를 살해한 목적은 돈 때문이긴 하지만 나는 브래드가 돈을 욕망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알코올 중독에 돈 벌 능력도 없는 브래드는 돈이 중요하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브래드에게는 돈보다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는 아이에게도 무책임하고 술이나 퍼먹길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아마도 자신의 한심함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브래드가 진심 어린 증오를 드러내는 장면이 두 번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는 테드와 얘기했을 때였다. 테드는 브래드의 집을 보고 “여기서는 누구도 오래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고, 브래드의 얼굴에서 증오를 보게 된다. 그 후 브래드가 테드를 살해하러 테드의 집으로 찾아갔을 때 제일 처음 꺼낸 말은 “사람은 이런 데서 살아야죠”였다. 브래드는 은연중 자신을 무시하는 테드를 증오했고 그를 죽였다.
브래드가 증오한 또 다른 한 명은 미란다이다. 브래드와 미란다는 자신들의 범행을 알고 있는 릴리를 죽이기로 한다. 그러나 미란다는 자신이 직접 범죄에 가담하고 싶어 하지 않았고, 브래드를 이용하여 릴리를 살해하고 싶어 한다.
“내가 가야 되는 이유를 말해볼래?”
미란다가 이 말을 했을 때, 브래드는 그녀를 증오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아마도 브래드는 미란다가 이 말을 하기 전까지 릴리를 죽일지 미란다를 죽일지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란다는 브래드에게 범죄를 모두 떠넘기기 위해 릴리를 살해하러 직접 가는 것을 피했다. 브래드도 미란다가 한 말로 이를 알게 됐을 것이다.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이용당한다는 것을 안 브래드는 미란다를 진심으로 증오한다. 반면에 릴리는 그런 브래드의 성향을 알아보고, 그를 위로해 주며 미란다를 살해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회유를 한다. 브래드는 자신을 위해주는 것 같은 릴리와 손을 잡았고 결국 릴리에게 살해당한다.
[캠블]
사랑에 대한 욕망
캠블은 경찰이라는 직업을 이용해서 릴리를 스토킹 한다. 테드와 마찬가지로 캠블 또한 사랑에 대한 욕망이다. 그러나 테드는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욕망인 반면 캠프는 사랑 자체에 집착한다.
캠블의 동생 또한 캠블이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다고 그를 질타하는 장면이 나온다. 릴리에게 사랑에 빠진 캠블은 자신의 수사를 한다는 핑계로 릴리를 스토킹 하고 그녀를 대상으로 한 야한 시를 쓴다.
[릴리]
살인에 대한 욕망
어릴 적 릴리는 야생동물 같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야생에서는 도덕이 통하지 않는다.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며, 사냥감을 놔주는 자비로운 행동은 하지 않는다. 야생에서는 인간 사회의 규범은 통하지 않고 오로지 생존법칙만 존재한다.
살인을 함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낀다
릴리의 독백 부분인데, 여기서 릴리의 욕망이 그대로 나온다. 릴리에게 살인이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사회를 위한 이로운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이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던 그녀는 사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사람들이 릴리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데 이것은 릴리의 희미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마치 투명인간과 같은 삶에 릴리는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타인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자신은 살아있다 걸 느끼기 위한 수단으로 살인을 한다.
똑똑한 릴리는 자신의 행동이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고,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살인을 합리화한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이란 자신의 살인충동을 합리화하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결말,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거야?
결말을 보면 “뭐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너무나도 열려있는 결말에 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결말에 대한 평이 좋지 않았다. 특히 어느 미국인이 “있어야 할 몇 장이 없이 끝난 것 같다”라고 쓴 리뷰는 나도 공감했다. 나는 10페이지쯤 남았을 때부터 “벌써 끝난다고? 아직 얘기를 끝내면 안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며 불안하게 읽었다. 아니나 다를까 급하게 끝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릴리의 연쇄살인은 들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끝이 났다. 작가가 마감에 쫓기기라도 한 걸까?
그러나 내 나름대로 결말을 해석해 보자면 릴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죗값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책에 나오는 썩은 사과에 속하는 모든 인물은 벌을 받는다. 연쇄살인범인 릴리 또한 사회에서 썩은 사과이다. 나는 제임스가 릴리의 범죄를 모두 밝혀낼 것이 라거 생각한다. 책에 나오는 사람 중 유일하게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제임스이다. 제임스는 자신을 “금욕주의자”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금욕주의자 제임스는 썩은 사과가 아닌 유일한 인물이고, 릴리를 유일하게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