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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어쩌면 바른 자세가 전부다

by 서가앤필

1.

얼마 전, 경기도 인재개발원 교육 강사로 참여하게 되었다.


주제는 '자기다움'이었다. 교육은 총 4회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교육 내용은 주로 '나답게 일하는 법'을 일깨워주는 내용이었다. 당시 교육을 운영했던 담당자는 조직 속 직장인도 부품 같은 역할을 넘어 자기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조직뿐 아니라 개인이 잘 사는 방법도 자기답게 사는 것이란 것이다. 멋진 생각을 가진 교육담당자였기에 마음을 보태고 싶었다.


2.

교육을 마무리하며 질문을 받는데 건강 질문이 많았다.


마지막 시간에 배정이 된 나는 강의를 마치고 질문을 받았다. 질문 중에는 의외로 시간관리, 건강 질문이 많았다. 4회에 걸쳐 교육을 들으며 결국 나답게 살기 위한 방법은 누구나에게 똑같이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시간 관리와 몸 관리임을 깨달은 것 같았다.


질문을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의외로 대단하고 어렵게 생각하는구나...' 그렇지 않아도 그즈음 <자세가 잘못 됐습니다>를 읽으며 운동보다 본질적인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는 중이었다.


3.

우리는 자세가 잘못된 걸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운동하는 몸짱 의사로 잘 알려진 이종민 작가가 쓴 <자세가 잘못 됐습니다>는 책 전체가 거의 그림으로 되어 있다. 술술 읽힌다. 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평소에 자세를 신경 많이 쓴다고 생각하던 나였지만 내가 미처 모르는 부분도 많았다. 3가지만 나누면 이렇다.


먼저 베개 선택이다. 잠자는 동안 목은 크고 작게 시간당 600번 정도 움직이는데, 너무 딱딱한 베개나 머리 부분이 고정되는 베개는 이를 막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한다. 여행 등으로 잠자리가 바뀌었을 때는 수건 2장으로 뒤통수를 먼저 받쳐주고 나머지 1장은 목 아래 두어 목 사이 빈틈을 채워주면 좋다고 한다.


다음은 다리 베개와 허리 베개다. 마사지샵을 가면 편하라고 다리에 베개를 끼워주곤 하는데 다리 베개가 허리에 통증을 줘서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다리 베개는 무릎이나 종아리 아래에 넣어 다리에 생기는 부종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허리와 무릎, 발목에는 좋지 않다고 한다. 다리가 들어 올려지면 골반이 뒤로 넘어가면서 요추전만을 없애 등이 굽어져 허리 디스크 손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리 베개가 어떨 땐 편하고 어떨 땐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왜 그런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는 물건 들 때 동작이다. 생활을 하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바닥에 있는 물건을 허리를 굽혀 들게 된다. 하지만 허리를 써서 물건을 드는 동작은 목, 등, 허리,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에 안 좋은 동작이라고 한다. 별생각 없이 한 동작이 이렇게 많은 부위에 통증을 유발하고 있었다니. 내가 평소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무심히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바닥에 놓인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가능하면 봉투 2개로 나눠든다. 두 봉투 사이에 서서 목과 허리는 일직선으로 유지하고 힙힌지를 이용해 고관절과 무릎을 구부린다. 양팔을 펴고 봉투를 최대한 몸에 가깝게 붙인 채,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봉투를 옮긴다.


헬스장에서 배운 데드리프트 동작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등근육을 고정하고 두 손에 든 바벨을 몸에 최대한 가깝게 붙이며 무릎 아래까지 바벨을 내렸다가 들어 올리기. 데드리프트는 물건들 때 응용이 가능한 동작이었다. 근력 운동을 배운 이후 내가 허리가 낫고 안 아픈 이유는 자세 변화 덕분이었다.


4.

행사 때마다 가까이에서 봐 친근하게 느끼던 마라톤 선수가 있었다.


1년에 1번 행사 때만 보는 얼굴이었다. 그 선수는 당연히 나를 모르니 나 혼자만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있던 선수였는데 어느 날 허리가 90도로 굽은 모습으로 행사장에 나타났다. 깜짝 놀랐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달라진 자세 때문에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그전에 그렇게 건강하던 선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뒷모습만 봐서는 기존에 운동하던 사람이었는지 전혀 모를 정도였다. 행사 내내 미소를 잃지 않은 그의 모습은 더욱 마음이 쓰였다. 몇 년 후 몇 가지 치료를 통해 굽은 허리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들었다. 실제로 화면에 나온 그의 모습은 허리가 많이 펴져 거의 정상처럼 돌아온 듯했다.


그의 모습은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운동을 하면서도 자세에 도움 되는 기립근 척추 운동에 더 신경을 썼다. 낮에 사무실에서 앉아있을 때는 어깨를 내리고 거북목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화장실에서 세면대를 쓸 때는 허리를 굽히는 게 아니라 고관절을 접어 힙힌지 자세로 앉으려고 노력했다.


운동 이상으로 일상 속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더 알게 되었다. 힘든 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던 그의 모습은 선수생활을 하던지 하지 않던지 정말 프로다웠다. 그의 자세와 건강을 위해 기도한다.



* 관련책-<자세가 잘못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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