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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그럼에도 먹는 게 90

by 서가앤필

1.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프랑스 법관이자 미식가였던 브리야 바사랭이 1825년에 쓴 책 <미식예찬>에 담긴 문장이다. 요즘엔 '당신이 먹은 것이 곧 당신이다' '먹은 것까지가 나다'라는 말로 변형되어 알려졌다. 과연 먹는다는 게 뭘까?


우선 의식주 3가지 중에 먹는다는 것은 입을 옷, 살아갈 집과 더불어 필수요소다. 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먹을 게 너무 많다. 그런 의미에서 결국 먹을 것도 선택의 문제이다. 살아가는 동안 세상의 모든 직업을 경험해 볼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취미를 섭렵해 볼 수 없는 것처럼... 나는 먹는다는 것을 인생의 문제 중 선택의 문제로 보기로 했다.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즐거운 선택 행위에 가깝다. 먹는 것이 선택 행위라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먹어야 하는 걸까? 어떤 걸 먹지 않고 버리면 되는 걸까? 아침밥은 어떻게 먹고 출근할까? 낮에 점심은 어떤 걸 선택할까? 저녁밥은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중간중간 간식은 어떤 것들을 챙겨 다닐까? 건강한 간식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먹는 것에 대한 질문은 하루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했다. 집에서 간단히 먹고 나가는 아침식사, 구내식당을 주로 이용하는 평일 점심식사, 퇴근 후 저녁식사, 중간에 먹는 간식, 주말 이틀 동안의 먹을거리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무언가 정리가 되었다.


2.

먹는 것까지가 운동이다.


김종국이 말했다. 운동은 끝나고 먹는 것까지가 운동이라고. 나도 동의한다. 운동하는 사람치고 먹는 거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 없다. 운동은 하더라도 먹는 거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운동하는 이유가 건강 목적이라기보다는 운동 그 자체일 확률이 높다. 원하는 대로 먹고 운동을 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결국 건강한 몸을 오랜 시간 함께 하기 위해서는 식단은 필수다. 식단은 영어로 다이어트다. 다이어트라고 하면 살 빼는 걸 생각하기 쉽지만 다이어트란 결국 음식조절이다. 살을 뺄 목적으로 음식 조절은 하지 않고 운동만 하면 효과는 아주 미비할지 모른다.


결국 제대로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먹는 것까지 신경 쓰는 이유가 그래서다. 먹는 것까지 운동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 먹는 공부로 이어지는 것이다. 김종국이 먹는 거에 대한 지식이 많은 이유도 그래서다.


먹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애쓰기보다는 나쁜 음식 안 먹으려고 노력하기. 라면을 내 돈 주고 사 먹지 않은 건 몇 년이 되었다.


3.

난 요리도 책으로 배웠다.


남들은 유튜브로 배운다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난 궁금한 분야가 있으면 책부터 찾는다. 서점을 가고 도서관을 간다. 해당 분야에 어떤 책들이 나와 있는지 본다. 사서 볼 책과 빌릴 책을 구별한다. 사서 볼 책은 인터넷 서점으로 주문하고 한번 보고 말 것 같은 책들은 도서관에서 대출한다.


<닭가슴살 요리 60>은 자주 보며 참고하기 위해 구입한 책이다. 닭요리는 원래 좋아했다. 근력 운동을 제대로 시작하며 트레이너가 단백질을 잘 챙겨 먹으라고 했다. 의외로 단백질 포함 식품은 일부러 챙겨 먹지 않으면 어려운 제품군이었다. 달걀, 우유, 아몬드, 닭가슴살, 치즈, 요거트, 콩, 멸치, 귀리 같은 음식이다.


달걀, 우유, 아몬드 등이야 간식으로 먹는다지만 주식으로 먹기엔 고기, 닭가슴살, 생선 정도였다. 소고기를 매일 먹을 수도 없고 생선을 매일 구울 수도 없으니 내가 선택한 건 닭가슴살이었다. 냉동 닭가슴살은 쟁여놓고 여러 가지로 요리해 먹기 좋았다. 한꺼번에 삶아서 찢어놓고 샐러드, 카레, 볶음밥 등에 응용하기도 편했다.


단백질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쌀이 아닌 좋은 탄수화물은 뭘까? 하는 고민으로 이어졌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 가지고 다니기 좋은 건강한 간식 등으로 관심이 확장되었다.


4.

어차피 평생 먹을 거 알고 먹는 게 좋지 않을까?


"지금의 몸은 그동안 내가 생활한 것들의 결과물이다. 오랜 생활의 찌꺼기다. 오랫동안 마신 폭탄주, 삼겹살에 소주, 좌식생활, 운동과는 담을 쌓은 생활, 줄담배, 게으름 등이 쌓인 것이다. 좋은 몸을 만들고 싶다면 지금의 생활을 바꾸어야 한다. 왕도나 첩경이 있을 수 없다. 쉽고 편하게 살을 빼는 방법 같은 건 없다. "


<몸이 먼저다>에 나오는 말이다. 건강한 몸은 짧은 시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평생 먹을 거라면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들에 알고 먹기로 하자. 알고 먹으려면 공부해야 한다. 살면서 가장 소중한 지식이 몸 공부라면 먹는 공부는 거기에 포함된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먹는 공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쩐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관련책 - <닭가슴살 요리 60> <저속노화 식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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