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육의 기준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상태
직장생활 20년 차가 되어가다 보니 주변에선 건강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건강한 사람은 건강 이야기를 주로 하지 않지만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유독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관심이 그만큼 많아서 일수도 있고 생각만 하고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미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챙기고 있는 사람은 일상 속 실천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에 굳이 말로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유심히 들어보곤 한다.
"어떤 운동을 하세요?"
"1주일에 몇 번이나 하세요?"
"힘들지는 않아요?"
"아침, 저녁으로는 뭘 먹어요?"
대화도중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운동을 하고 있는지 뭘 먹고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시선이 자신이 아닌 밖으로 향해있다. 어떤 것이든 다 그렇겠지만 근육은 특히 사람마다 다 다르다. 어떤 운동을 할지, 근력운동을 어떻게 시작할지가 고민이라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하등 필요가 없다. 자신의 몸 상태를 들여다보면서 어제의 나와 지난달의 내 몸과 비교를 하면 그뿐이다.
각자 인생에서 철드는 시기, 깨닫는 시기가 다르듯 근육이 성장하는 시기와 속도도 다를 뿐이다. 운동은 '운을 바꾸는 움직임'이라고 한다. 운동을 시작했다면 운이 바뀔 거라 믿고 가보자.
2.
나이 들수록 근육이 중요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도 질병에 노인근감소증이 포함되었다. 그만큼 나이 들수록 근육 감소가 위험하다는 의미다. 노년증후군을 예방하는 근력은 따로 있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에 근무하는 김헌경 작가가 쓴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에서는 노년증후군을 대비하는 근육으로 9가지를 들고 있다.
1. 전경골근: 낙상을 예방한다
노년의 가장 큰 문제가 낙상이라는 글을 최근 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그만큼 걷다 넘어지고 발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많다는 이야기다. 고령자 낙상은 허리나 다리 근육의 약화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전경골근은 발끝을 무릎 쪽으로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하는데 발끝이 잘 들어 올려지지 못하면 보폭도 좁아지고 넘어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전경골근 강화는 의자에 앉아 양쪽 발끝을 당겨주는 동작을 통해 정강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2. 장요근: 걷기에 중요한 근육이다
장요근은 척추에서 골반을 거쳐 허벅지로 연결되는 근육이다. 걷거나 달리기를 할 때 허벅지를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장요근이 약하면 앉았을 때 허리를 곧게 세우지 못하고 구부정한 자세가 된다. 의자에 앉아 한쪽 무릎씩 들어 올렸다 내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때 장요근과 복근이 함께 강화된다.
3. 대퇴사두근: 일상생활을 좌우한다
대퇴사두근은 허벅지 앞 쪽에 위치한 큰 근육군이다. 외측광근, 내측광근, 중간광근, 대퇴직근 총 4개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년기 근감소로 대퇴사두근이 약해지면 앉았다 일어서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넘어지려고 할 때 몸을 지탱하는 동작이 위태로워진다. 의자에 앉아 등받이는 기대지 말고 약간 앞으로 앉아서 한쪽 무릎을 펴서 당기고 발뒤꿈치로 밀어내듯이 무릎을 쭉 편다. 평소 사무실에서 의자에 앉아있을 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동작이다.
4. 복근: 힘찬 활동의 근원이다
복근은 눈으로 보이지 않아서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있다. 복근은 내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기능은 보행 기능과 자세 유지다. 근육은 서로 짝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복근이 약해지면 뒤쪽 허리 근육도 제대로 쓸 수 없어서 허리통증의 원인이 된다. 실제 나는 허리가 아파서 근력운동을 시작했지만 트레이너는 약해진 복근이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몰랐던 그 말이 지금에서야 너무나 이해된다. 허리가 아픈 사람일수록 복근 운동을 해야 한다. 복근 강화를 위해서는 위 장요근 강화 동작을 해 주면 된다.
5. 대흉근: 상체를 지탱하는 근육이다
대흉근은 말 그대로 가슴을 덮고 있는 큰 근육이다. 나이가 들수록 어깨가 안으로 말리는 것은 등이 구부정한 이유도 있지만 대흉근의 약화와 관련 있다.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화로 약해진 대흉근을 강화해야 한다. 두 팔을 앞으로 나란히 했다가 팔꿈치를 벌려준다는 느낌으로 벌린다. 다시 앞으로 나란히 자세로 두 팔을 모아주면서 가슴을 모아준다.
6. 하퇴삼두근: 제2의 심장이다
하퇴삼두근은 종아리 근육이다. 종아리 근육을 제2의 심장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그 이유는 하체에 몰려있는 혈액을 다시 펌프질 해 심장으로 보내주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아리 근육이 힘차게 수축을 하지 못하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심장에 부담이 간다. 종아리 근육은 비복근과 가자미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신 근육량은 종아리 둘레에 비례하기 때문에 종아리 둘레만 보고서도 전신 근육량을 진단하기도 한다. 그만큼 종아리 근육 운동을 하면 근감소증을 예방할 수 있다. 종아리 근육 강화 동작은 '카프레이즈'라고 하는데 발뒤꿈치를 살짝 들어 올렸다 내리는 반복 동작만으로도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
7. 척추기립근: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등에는 척추기립근 말고도 광배근, 승모근 등이 있지만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중요한 근육은 척추기립근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척추를 바로 세워주는 근육이다. 척추기립근 대표적인 자세유지 근육이라서 척추기립근이 약해지면 등이 구부정해지고 허리가 굽는다. 구부정해지기 싫다면 척추기립근 강화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척추기립근 강화를 위해 간단히 할 수 있는 동작은 코브라 자세다. 헬스장을 갈 때마다 매트 위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해 주는 스트레칭이기도 하다. 엎드린 동작에서 가슴까지 바닥에 붙이고 두 손을 가슴 양 옆에 놓고 상체만 들어 올려주는 동작이다. 허리가 아플 때는 아프지 않을 만큼만 들어 올려준다. 허리 통증 예방 운동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8. 둔근: 몸의 중심축이다
둔근은 엉덩이 근육이다. 엉덩이는 상체를 받치고 있고 아래는 다리로 연결된다.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면 골반이 비뚤어져 상체가 불안정해지고 걷거나 일어서는 동작에 문제가 생긴다. 상하체 모든 움직임에 관여하므로 중요한 근육이라 할 수 있다. 둔근은 대둔근, 중둔근, 소둔근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관절과 골반의 안정화, 밸런스 기능 유지를 위해 노년기에 접어들기 전부터 엉덩이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사무실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동작은 의자를 잡고 서서 발을 한쪽씩 뒤쪽으로 보내주는 동작이다. 중둔근이 강화되도록 45도 각도로 다리를 들어주는 동작을 반복한다.
9. 내전근: 바른 걸음걸이를 만든다
내전근은 허벅지 안쪽 근육이다. 내전근이 약해지면 다리를 모으고 앉는 것이 힘들게 되면서 쩍벌 자세가 된다. 팔자걸음이 심해지는 것도 내전근이 약해졌다는 신호라고 한다. 무엇보다 소변을 보고 싶을 때 참지 못하는 배뇨 장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내전근의 약화라고 하니 요실금 예방을 위해서라도 내전근 운동을 필수라고 봐야겠다.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는 내전근 강화동작은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모으고 양손으로 의자 옆을 잡는다. 한쪽 자리를 가볍게 들어 올린 후 무릎을 천천히 바깥쪽으로 벌렸다가 천천히 모은다. 반복한다.
여기 나오는 9가지 근육부위를 생각하면서 집에서나 사무실에서 짬짬이 운동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일주일 1번 가서 3시간 동안 하다 오는 운동보다 매일 10분의 효과가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이다.
3.
근육테크 - 노후를 책임져주는 것은 연금이 아니라 근육일지 모른다.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솔직히 난 걷는 건 운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튼튼한 몸을 가지고 싶다면 걷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사람은 나중에 아파서 병원에 누워있을 시간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렇게 바꾸고 싶다. 지금 돈이 없어서 운동을 못하겠다는 사람은 지금 아낀 그 돈이 나중에 병원비와 약값으로 들어갈 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고 말이다. 지금 하는 운동은 당장은 힘들어 보여도 시간과 돈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품격 있는 투자 활동이다.
*관련책 -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