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20년 뒤 후배의 모습

by 서가앤필

며칠 전 만난 후배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편지 내용은 얼마 전 나와 만난 소감이 담겨있었는데, 후배의 진솔한 생각이 담긴 글은 내가 오히려 더 깊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그중에서 인상적인 구절이 있었다.


20년 후엔 나도 팀장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팀장님이 가지고 있는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내면을 가지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는 거였다.


나를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내면'이라는 한마디로 정의한 그 아이의 표현력이 대단하다 싶었다.


게다가 이미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실질적인 행동으로 옮길만한 방법에 대해 묻는 질문이 놀라웠다. 이게 바로 말이 아닌 글의 힘인가 싶었다. 글로 쓰다보면 확실히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더 정확하게 알게 된다. 글로 적혀내려가는 자신의 마음을 눈으로 읽으며 더욱 정리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주말에 책을 읽는데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구절이 나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꿈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고

고통을 이겨 내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른이 된다는 것이 아이 때의 달콤했던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다는 뜻은 아니다. 아무리 어른으로서의 지혜와 힘을 가져도, 또 어른으로서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있다 해도, 진정으로 '건강한 어른'은 가끔 어린아이로 되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와닿았던 구절은 이 부분이다. 4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었다.


1.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서로 부딪히며 때론 승자가 되고 때론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복잡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


2. 그 안에서 자신의 욕심을 적절히 조절하며 행복을 찾고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


3. 결국,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인다는 어린 시절의 전지전능함을 포기해 가는 과정이며, 무엇이든 가능할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의 꿈을 떠나보내는 과정이라는 것


4. 어떤 잘못도 용서받고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나도 누군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어릴 적의 기대를 포기하는 과정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 어떠한 위험도 없이 안전하게 보호받는 세상,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함 그대로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세상... 그 시절의 행복이 너무 커서일까? 사람들은 나이가 적든 많든 마음속으로 그 시절의 행복이 다시 돌아오기를 꿈꾼다.


그러나 진정한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알게 된다.


내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적응하고 꿈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 그렇게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수많은 한계 속에서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내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말이다.


나 또한 지난 20년은 어린아이 같은 순진무구함을 뒤로하고 때론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며 나아가는 시간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면, 그건 아마도 여태껏 이루어 낸 성취나 기쁨보다 더 많은 내 인생의 지면을 함께 한 슬픔, 원망, 괴로움, 억울함, 패배감, 공허함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혹시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내면'처럼 보이는 모습을 20년 뒤에 갖게 되기를 바란다면...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인생길에 너무 억울해하지 말기를..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는 문장을 가슴에 품고 한 발자국 더 내딛어 보기를...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훌쩍 지난 20년 뒤에 누군가로부터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내면'을 어떻게 가지게 되었냐는 질문을 받게 될 테니, 그때까지 가는 과정을 잘 기록해 놓기를..


그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물론 나보다 더 잘 살아갈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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