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브런치 작가 승인 소식에 벅차오르던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 떠오르는 생각을 브런치에 옮겨 적은 글이 950편이 된다. 하루에 두세 편씩, 때론 더 많이 썼다. 누군가는 묻는다. 왜 그렇게 많이 쓰느냐고. 나는 대답한다. 쓰지 않으면 내가 흩어지기 때문이라고.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나를 붙잡는 일이고,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며, 나를 온전히 만나는 유일한 방법이다. 필사로 시작해 브런치로 이어진 이 1년은, 내가 나를 가장 깊이 사랑하게 된 시간이다
필사와 브런치 글쓰기를 하루 차이로 1년 동안 이어왔다. 처음엔 단순히 좋은 문장을 베껴 쓰고, 내 생각을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를 들여다보는 창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문장을 손으로 옮기는 동안, 내 안의 언어가 깨어났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흩어진 생각들이 하나의 형태를 갖췄다. 글은 나를 정리했고, 나는 글을 통해 선명해졌다.
1년 전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주말마다, 평일까지도 사람을 만났다. 빈 캘린더를 견디지 못해 일정을 채웠고, 관계 속에서 나를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나는 더 비어갔다. 정작 나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이 사라졌다.
그때 시작한 것이 필사였다. 처음엔 어색했다. 남의 문장을 베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펜을 들고 한 글자 한 글자 옮기는 동안,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문장이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작가의 호흡이 내 호흡이 되었고, 그들의 사유가 내 사유의 씨앗이 되었다. 필사는 단순한 복사가 아니라, 깊은 대화였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는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필사가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면, 글쓰기는 내보내는 과정이었다.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들을 문장으로 빚어내는 동안, 나는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알게 되었다. 글은 거울이었다. 쓰는 순간마다 내 모습이 비쳤다.
1년이 지난 오늘, 나는 다르다. 더 이상 관계 속에서 나를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그 시간 안에서 나를 가장 또렷이 만난다. 필사 노트는 쌓였고, 브런치 글은 늘어났다. 그보다 중요한 건, 내 안의 언어가 자라났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나를 만드는 일이다. 1년 전 나는 밖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지금 나는 안을 향해 뿌리를 내린다. 필사와 브런치가 가르쳐준 건 단순히 글을 잘 쓰는 법이 아니었다. 나와 깊이 있게 대화하는 법, 내 목소리를 신뢰하는 법이었다. 오늘이 특별한 이유는, 이 1년이 나를 온전히 나로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당신은 자신의 언어를 얼마나 신뢰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