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438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23
눈앞에는 로얄살루트 21년산, 32년산이 놓여 있었습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진한 위스키의 향, 오랜만에 모인 사촌 자매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흥겨운 고스톱 판까지. 누가 봐도 그 자리에 머물며 밤새 즐기는 것이 '정답'인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유혹의 한복판에서, 저는 기어코 짐을 챙겨 일어섰습니다.
"자고 가, 술도 한잔 하고!"
붙잡는 손길들을 뒤로하고 밤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오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이 달콤한 즐거움을 거절했는가.'
그것은 단순히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결심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내일 아침, 나를 기다리고 있을 '문장의 온도'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자신이 쓰는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고, 그 위에 자기만의 삶의 법칙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사람들을 자기 삶의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 헤르만 헤세
지난주, 4박 5일의 서울 여정을 앞두고 나는 조금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믿었습니다. 여행 중에는 글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아, 미리 며칠 치의 필사를 써둔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습니다.
미리 예약해 둔 필사를 보며 하루를 여는 것과, 매일 아침 갓 지은 밥처럼 따스한 문장을 손끝으로 직접 길어 올리는 일은 전혀 다른 감각이었습니다. 직접 문장을 옮기며 나를 깨우는 '손끝의 온도'가 사라지자, 제 하루는 부쩍 서늘하고 텅 빈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짐이 아무리 무거워도 필사 노트와 5년 다이어리만큼은 반드시 곁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저는 결핍을 통해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간절했던 '오늘'이 나에게 도착했습니다. 스치는 생각들을 방치하면 하루는 그저 흘러가 버리지만, 그것을 붙잡아 종이 위에 옮기면 하루는 '기록'이 되고 기록은 마침내 '삶'이 됩니다. 기록은 나를 지키는 가장 선명하고도 영원한 흔적입니다.
어제는 사촌 자매들과의 모임에서 1박을 거절하고 돌아온 사건(?)은 제 삶의 큰 변화를 상징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분위기에 취해 밤새 술잔을 기울였겠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좋아하는 위스키의 향기만 코끝에 담고, 고스톱 판에서는 조용히 훈수만 두었습니다. "칠 줄 모른다"는 서툰 거짓말은 금방 들통났지만, 저는 제 루틴을 선택했습니다.
김종원 작가가 말한 "모임에서도 원칙을 세운다"는 말이 그제야 이해됐습니다. 그것은 타인을 거절하는 차가움이 아니라, 내 삶을 지켜내려는 뜨거운 의지였습니다. 삶을 기록해 본 사람만이 시간의 무게를 압니다. 내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만이, 자신의 삶을 예술로 빚어낼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 휴일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다시 속삭였습니다. "오늘은 좀 쉬어. 드라마나 실컷 보고 필사는 나중에 해도 되잖아." 잠시 흔들렸지만 다시 노트를 펼쳤습니다. 오늘의 문장이 마치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 말을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휴일에도 글을 써라. 휴일에는 마음과 생각도 작동을 멈추는가?"
그 문장은 제 양심에 박히는 선명한 대못이었습니다. 쉴 때 쉬더라도, 나를 지탱하는 루틴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기록은 내 마음의 밭을 일구는 행위입니다. 마음밭에 느낀 것, 경험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면 그것은 치유가 되고 위로가 됩니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 마음을 적을 수 있는 글자를 안다는 것. 그 소박하고도 위대한 사실에 오늘도 깊은 감사를 느낍니다.
살아 숨 쉬는 동안, 기록하기
1. 하루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생각을 적는 순간,
오늘은 흔적이 되고 기억이 됩니다.
스쳐 가던 일상이 '삶의 예술'로 남습니다.
2. 삶의 원칙이 생깁니다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나로 살 수 있는 기준이 생깁니다.
한 문장씩 쌓인 글이
당신의 단단한 성벽이 되어줄 것입니다.
3. 나를 지키는 힘이 길러집니다
외부의 유혹보다
내 목소리를 먼저 듣게 됩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문장의 온도가 나를 깨웁니다.
글을 잘 써야 할 필요도,
깊은 사색을 할 줄 알아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루 한 문장,
오늘의 마음을 옮겨 적는 것부터 면 충분합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당신도 이미 '자기 삶의 예술가*가
될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필사로 내면 다지기 오픈방]에서
각자의 속도로,
조용히 자신만의 예술을 만들어가요.
오늘, 당신의 인생을 바꿀
단 한 문장부터 시작해 보시겠습니까?
https://open.kakao.com/o/gWx0m5W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