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439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24
무언가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 가치 있는 게 아니라, 찾기 어려운 것을 발견하려는 그대의 노력이 귀한 것이다. – 헤르만 헤세
사랑하면 보이고, 보이면 비로소 존재한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지만, 사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만을 선택적으로 발견하며 산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마음의 한계이자, 동시에 고유한 결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흔히 B형의 특징을 말할 때 "자기가 관심 있는 것에만 지독하게 반응한다"고들 한다. 나 또한 내가 무관심한 영역에 대해서는 눈앞에 두고도 마치 안갯속을 걷듯 아무것도 보지 못할 때가 많다. 보고 있지만 실은 보고 있지 않은 상태, 그것은 마음의 눈이 감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편협한 시선'은 내가 사랑하는 대상에 닿는 순간, 세상 누구보다 깊고 예리한 '몰입의 시선'으로 변모한다.
우리 집 막내딸이 그렇다. 막내는 반려견의 작은 숨소리 하나에도 온 영혼을 쏟는다. 무릎 위에 눕혀 온몸을 마사지하며 구석구석을 살피던 그 지독하리만큼 정성스러운 관찰이,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생명을 10년이 넘는 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기적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편향된, 그러나 지극히 정성스러운 시선 끝에서 싹을 틔우는 법이다.
가족 톡방에 위스키 사진 한 장을 올렸을 때도 이 '시선의 결'은 선명하게 갈라졌다. 위스키에 진심인 막내는 찰나의 순간에 병 라벨을 읽어내며 환호했다. 반면, 술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큰딸의 시선은 술병 뒤편에 희미하게 찍힌 이모들의 표정에 머물렀다. 큰딸은 술의 이름 대신 사람의 안부를 먼저 읽어냈다.
같은 사진, 같은 장면이지만 각자가 발견한 세계는 이토록 다르다. 결국 삶이란 내가 무엇에 마음을 던지느냐에 따라 그 풍경이 결정된다.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당신이 오늘 무심코 지나친 것들 속에 어쩌면 인생을 바꿀 귀한 보석이 숨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 관찰자의 시선으로 내가 만나는 모든 것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 보자. 내가 무심했던 것들 속에서 오직 나만이 발견할 수 있는 '귀한 것' 하나를 찾아보는 연습을 하자.
1. 시선의 근육을 단련한다
문장을 손으로 옮기는 동안, 글 속에 담긴 타인의 관찰력이 자연스럽게 내 영혼에 스며든다. 훑어보던 습관이 사라지고, 깊게 들여다보는 힘이 생긴다.
2. 마음의 소음을 잠재운다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쓰는 시간은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나를 격리하는 가장 고요한 명상이 된다. 손끝의 움직임에 집중할 때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만난다.
3.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정중해진다
좋은 문장을 반복해서 쓰다 보면, 일상의 사소한 것들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 필사는 투박했던 내 삶을 소중히 어루만지는 가장 경건한 의식이다.
함께 천천히, 그러나 깊이 걸어가 보자. 혼자 쓰면 일기가 되지만, 함께 쓰면 서로의 세계를 넓히는 빛이 된다. 오늘부터 당신의 손끝으로 당신만의 세계를 다시 써 내려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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