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440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25
살아가는 나날을 위해서 진지하게 사색할 것들에 대해서는 더 깊이 배우고, 나머지는 웃어넘겨라. – 헤르만 헤세
5년 다이어리를 쓴 지 어느덧 4년째다.
책장을 넘기면 작년의 나, 재작년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기록은 이렇게 흩어지는 시간을 붙잡아 '나'라는 존재를 만나게 한다.
일기가 나의 사실을 기록하는 '닫힌 문'이라면, 블로그나 브런치의 글쓰기는 타인과 연결되는 '열린 창'이다. 우리는 매일 다이어리를 쓰고, SNS에 일상을 남기고, 누군가에게 오늘의 사실을 전송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기록이 정말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가?
일기는 대개 '무엇을 했는가'의 나열이다. 오늘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먹었고, 어디를 갔는가. 이런 기록은 나를 위로할 순 있지만, 나를 깨부수고 다시 세우는 철학적 도약까지 이끌어내기엔 부족하다.
타인에게 내보이는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의 글은 독자에게 생각할 자리를 남겨두었는가."
모든 정답이 적힌 글은 읽는 순간 증발한다. 하지만 여백이 있는 글은 독자의 가슴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나 역시 책을 읽을 때 작가의 문장 위에 내 생각 한 스푼을 얹을 때 가장 깊은 성장을 경험한다.
읽고 난 뒤에도 한참을 그 언저리에 머물게 하는 책은 화려한 수사가 아닌, 독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비워둔 '공간'이 있는 책이다. 지식은 넘쳐나고 기록은 쌓여가는데, 왜 우리의 영혼은 여전히 빈곤함을 느끼는가? 그것은 문장과 문장 사이, 내 생각이 숨 쉴 '여백'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의 삶은 어떤가.
빽빽한 일과로 가득 차 숨 가쁘게 흘러가고 있지는 않은가.
글에도 삶에도, 내가 머물 수 있는 한 뼘의 여백이 필요하다.
필사는 단순히 글자를 옮겨 적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멈춤'의 예술이다.
1. 생각의 속도를 늦춘다.
손끝으로 문장을 밀어내는 동안,
폭주하던 생각은 속도를 줄이고
마음은 문장 속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간다.
2. 감정의 자리를 찾아준다.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해
엉켜버린 감정들이
정돈된 문장 위에서
비로소 제 이름을 찾고 자리를 잡는다.
3. 나를 단단하게 빚어낸다.
필사는 나를 억지로 고치려 들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나를 고요히 응시하게 함으로써,
흔들리는 내면을
뿌리 깊은 나무처럼 단단하게 만든다.
나는 필사를 시작한 후 달라졌다.
똑같은 하루를 살아도,
그 안에서 의미를 건져 올리는 힘이 생겼다.
당신도 그럴 수 있다.
하루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 [초대] 필사로 내면을 다지는 동행
혼자 걷는 길은 자유롭지만,
함께 걷는 길은 멀리 간다.
같은 문장을 각자의 속도로 써 내려가며
서로의 사유를 나누는 시간.
그것은 우리 삶에 보이지 않는 힘이 된다.
이곳은 '잘 쓰기 위한 곳'이 아니다.
'많이 채우기 위한 곳'도 아니다.
하루 한 문장,
내 마음에 머문 문장을 필사하며
잠시 숨을 고르는 곳이다.
글씨가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
매일 인증하지 못해도 괜찮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연결감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다.
필사로 내면을 다지는 시간,
이 고요한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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