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 정말 당신 것이 맞나요?

[필사 464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49

by 서강

AI가 두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뒤처질까 봐. 그런데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내 생각의 주인마저 알고리즘에 내어주는 일이다.


유튜브를 열면 썸네일마다 외친다. '이것을 모르면 도태된다.' 뭔가 대단한 것을 얻은 것 같아 화면을 닫는다. 그런데 손에 남는 건 서늘한 공허뿐이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더 모호해진다.

우리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산다. 세상은 끊임없이 속삭인다. '이것을 해야 성공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속삭임을 내 꿈이라 착각하며 살아간다.


나 역시 그랬다.


사회가 그려놓은 궤도 위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애썼다. 결혼 적령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남들 사는 모양새를 내 삶의 정답이라 믿었다. 내 꿈이 무엇인지 묻기보다, 내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폈다. 꿈인 줄 알았는데, 실은 사회가 건네준 선택지였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고, 인생의 후반부에서 가혹한 질문 하나가 찾아왔다.


나는 정말 나로 살고 있는가.


그 안개를 걷어낸 것은 아주 작고 비효율적인 행위였다.

펜을 들어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는 일. 필사였다.

4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아침 성인의 지혜를 종이 위에 꾹꾹 눌러 담으며 깨달았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지만, 동시에 그 환경을 해석하고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필사는 내 성정을 바꾸었고, 흔들리던 내면을 단단한 암반으로 만들었다.


헤세는 말했다.

"지금 가진 그 꿈이 그대의 운명이라면, 어떤 일이 생겨도 그 꿈에 변함없이 충실해야 한다."

처음 이 문장을 필사했을 때 손이 멈췄다. 운명이라면.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내 꿈이 운명인지조차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때 알았다. 내게 온 운명은 '필사로 타인의 내면을 깨우는 일'이었다.

그래서 돈도 안 되는 오픈 채팅방을 열었다. 매일 아침 문장을 디자인하고, 깨달음을 나누며, 실천을 독려한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 고생을 해서 얻는 수익이 무엇이냐고.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돈은 그림자와 같다. 빛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면 그림자는 알아서 뒤를 따른다. 하지만 그림자를 잡으려고 등을 돌려 뛰는 순간, 우리는 빛을 잃고 어둠 속으로 침잠하게 된다.


사명이란 거창한 훈장이 아니다. 매일 반복하는 작은 진심의 퇴적물이다.

AI 시대, 기술이 인간을 대신할수록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가장 인간다운 비효율이다.

기계는 문장을 0.1초 만에 복사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 문장을 소화하기 위해 하루를 온전히 바치기도 한다 그 비효율적인 진심이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살리고, 운명을 바꾼다.


당신에게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이 쫓고 있는 그 꿈, 정말 당신의 심장이 시킨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주입한 가짜 욕망인가. 세상이 쓸모없다고 말하지만,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그 운명 같은 꿈이 있다면 이제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울린 문장 하나를 찾아 손으로 직접 적어보는 건 어떨까. 그 작은 움직임이 당신의 운명을 깨우는 첫 번째 노크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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