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당신의 친절을 원하지 않는다

[필사 467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52

by 서강
"차라리 마음을 없애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아픈 날이 있다. 고통이 그대를 찾아왔을 땐, 강한 마음으로 마주하며 이겨내라." - 헤르만 헤세


오늘도 무너지고 싶은 순간이 있었을 거다.


마음이라는 것이 차라리 없었으면, 그래서 이 날카로운 감정들이 나를 할퀴지 못했으면 싶을 정도로 비참한 날. 나 역시 그런 날엔 방 안의 모든 불을 끄고 침묵 속에 나를 가뒀다. 고통은 불청객처럼 예고 없이 찾아와 삶의 질서를 헤집어 놓으니까.


우리는 흔히 고통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헤르만 헤세는 말한다. 고통이 찾아왔을 때 강한 마음으로 마주하라고. 여기서 '강한 마음'은 철갑을 두른 듯 단단한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연약한 구석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는 용기에 가깝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고통은 그림자와 같아서, 등을 돌리고 달아날수록 그 길이는 한없이 길어진다. 하지만 멈춰 서서 빛을 등지고 고통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순간, 신기하게도 그 크기는 정직해진다. 내가 상상으로 부풀렸던 공포의 거품이 빠지고, 비로소 '다룰 수 있는 문제'로 변하는 것이다.


강함이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마취 상태가 아니다. 눈물이 흐르는 와중에도 시선만은 피하지 않는 태도, 그 비겁하지 않은 자세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그 감정은 당신을 무너뜨리러 온 파괴자가 아니라, 당신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찾아온 엄격한 스승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도망치고 싶은 그 마음을 잠시 멈춰 세워보자. 아픈 곳을 외면하지 말고 가만히 바라봐 주자. 당신이 그 고통의 주인이 되는 순간, 고통은 더 이상 당신을 압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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