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유통기한: 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이 남긴 질문

[필사 469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54

by 서강

한동안 '두바이 쫀득 쿠키'가 세상을 휩쓸었다.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바삭한 소리, 초록빛으로 갈라지는 단면. 그 장면은 단순한 먹거리의 욕망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던 결핍을 건드렸다. '한정 판매'라는 네 글자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을 증폭시켰고, 나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운 좋게 쿠키 하나를 손에 쥐었을 때 묘한 승리감마저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유행의 이면에는 늘 그림자가 드리운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식용이라 믿기 힘든 재료를 섞어 팔았다는 상인들의 소식을 접했을 때, 옆에서 영상을 보던 막내가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가 오래도록 가슴에 걸렸다.


"엄마, 진짜 그런 곳 많대."


우리는 무사히 '진짜'를 먹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돌아서는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먹거리의 안전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가 '운 좋은 다행'이 되어버린 세상. 그 비정상적인 안도감이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진짜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일을 포기했다는 것을.

헤르만 헤세는 말했다.


진실이란 스스로 경험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문장은 단순히 지식의 문제를 넘어 삶의 태도 전체를 관통한다.

그 상인은 돈을 벌었을지언정, 반죽 속에 섞어 넣은 불순물은 결국 자기 자신의 생을 오염시킨다. 남은 속여도, 그 반죽을 빚던 자신의 손과 그 순간의 비겁함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경험된 진실'로 몸속에 새겨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도덕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강의에서, 누군가의 말에서. 그러나 헤세가 말한 진실은 그런 방식으로는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 있다. 진실은 내가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정직을 선택했는지, 이익 앞에서 욕망을 접었는지,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손을 내밀었는지, 그 하루하루의 선택 속에서만 피어난다.


스스로 깨닫지 못한 도덕은 한낱 지식에 불과하다. 그러나 삶으로 통과해 낸 정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가치가 된다.


우리는 매일 자신만의 쿠키를 굽는다.


그 속에 무엇을 섞을지는 오직 나만이 결정할 수 있다. 타인의 눈은 피할 수 있어도,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진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오늘 당신이 반죽 속에 넣은 그 마음은, 내일의 당신 얼굴에 어떤 표정을 새겨놓을까.


진실이란 스스로 경험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며 스스로 깨닫게 된 진실만이 값비싼 가치를 지니고 있다.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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