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483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68
마음에는 온도가 있다.
억지로 하는 일은 차갑고, 기꺼이 하는 일은 따뜻하다. 같은 행동이라도 마음의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결을 남긴다.
'해야 해서' 하는 일은 몸을 지치게 하지만,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마음을 채운다.
오랜 인연들은 세월이라는 강을 건너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서울, 평택, 제주, 목포, 순천, 창원, 거제, 울산, 양산, 부산, 삼천포…
전국에 흩어져 살다가도 반가운 날이면 다시 모여 학창 시절의 웃음을 꺼내 놓는다. 먼 길을 달려온 친구들. 마중과 배웅을 도맡는 일이 어느새 내 자리가 되었다. 피곤하지 않은 건 아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밤이면 몸은 늘 파김치가 되고 만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이 따뜻한 이유는, '해야 해서'가 아니라 '고마워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들 결혼식 때도 그랬다.
먼 길을 와준 친구들의 발걸음이 그저 고마워서, 숙소를 정하고 배웅을 하는 일까지 내 손으로 마무리했다.
헤세의 문장을 옮겨 적다 문득 멈춰 서게 된다.
너는 지금 하는 일을 스스로 원해서 하고 있는가? 세상이 무서워서 그런 것뿐이라면, 1등을 하든 2등을 하든 네가 얻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
나는 정말 원해서 하고 있는가.
체면 때문도, 관심 때문도, 남의 시선 때문도 아닌가.
마음의 방향을 들여다보니, 다행히도 내 얼굴에는 억지가 아닌 잔잔한 기쁨이 머물러 있다.
원해서 하는 일은 피곤함 속에서도 후회가 남지 않는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은,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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