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라

[필사 484일]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69

by 서강

사람의 마음속에는 보이지 않는 길잡이가 하나 있다.

지도도 없고 표지판도 없지만, 조용히 방향을 알려주는 내면의 내비게이션.

우리는 늘 정답을 찾으려 애쓴다. 이 일을 선택하면 연봉이 얼마나 오를지, 이 사람을 만나면 내 미래가 얼마나 안정될지, 머릿속으로 수없이 주판알을 튕긴다.


하지만 인생의 결정적인 장면에서 우리를 움직이는 건 정교한 계산표가 아니다.

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이다.

머리는 계산하지만, 마음은 방향을 안다.


나 역시 그랬다.

남편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내 머리는 그의 직업이나 배경을 분석할 겨를이 없었다. 이유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였다. 조건보다 먼저, 마음이 그 사람 곁으로 걸어가 자리를 잡았다.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이라는 것을.


세상의 잣대로 보면 무모했을지 모를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나를 가장 나답게 살게 하는 운명이 되었다.


취향은 영혼이 보내는 이정표다.

사람마다 마음이 멈추는 곳은 다르다. 어떤 이는 반짝이는 보석 앞에서 눈이 빛나고, 어떤 이는 산등성이 텐트 안에서 평온을 찾는다. 매끄럽게 잘 빠진 자동차의 곡선에서 생동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화려한 옷 한 벌에 가슴이 뛰는 사람이 있다.


나는 가방을 좋아한다.

마음이 가는 가방을 보면 걸음이 저절로 멈춘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마음이 그리로 향한다. 누군가는 그저 물건일 뿐이라 말하겠지만, 내게 그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그 순간 알게 된다.


아, 내 마음의 내비게이션이 지금 이곳을 가리키고 있구나.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고, 탐닉하고, 마음을 뺏기는 과정은 사실 '나'라는 사람의 무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마음이 가는 물건, 마음이 가는 사람, 마음이 가는 일. 그 사소한 이끌림들이 모여 결국 '나'라는 고유한 지도를 완성한다.


헤르만 헤세는 말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여라. 그대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해도 좋다. 누구에게도 복종하지 말고 세상에 휘둘리지도 말고,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그것만이 그대 자신의 운명을 살아가는 일이다."


이 말이 너무 자유롭게 느껴졌다. 마치 책임을 내려놓으라는 말처럼, 철없는 낭만처럼 들렸다.

그런데 살아온 길을 돌아보니 알게 됐다.

마음이 가는 대로 사는 것은, 방황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운명을 따라가는 일이었다.


세상은 자꾸만 우리에게 묻는다.

"그게 돈이 돼?", "그걸 왜 좋아해?"


그 질문 앞에 우리는 자주 작아진다. 이걸 좋아해도 될까. 이게 맞는 선택일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마음이 이미 답을 알고 있는데, 머리가 자꾸 훼방을 놓는다. 세상의 기준이, 누군가의 시선이, 아직 오지도 않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의 목소리를 덮어버린다.


그렇게 마음을 눌러가며 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이런 질문이 찾아온다.

나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마음이 가는 대로 사는 것은 대책 없는 방종이 아니다.

내 안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길잡이를 믿고 따르는,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다. 이제는 마음이 가는 것 앞에서 괜히 미안해하지 않으려 한다. 괜히 망설이지 않으려 한다.


마음이 멈추는 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그것이 나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끌리는 곳으로 걸어가는 것. 가슴이 뛰는 일을 선택하는 것.


그것은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살아가는 일이다.


헤세의 말은 결국 이 한 문장이었는지 모른다.

"삶의 마지막 날까지, 네 마음의 목소리를 따라가라."


오늘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서 멈췄는가. 혹은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그 마음이 머무는 곳이 바로 당신의 운명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도 된다.


당신의 마음은, 처음부터 길을 알고 있었다. 그 길 끝에, 당신만이 도달할 수 있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오늘 하루, 당신의 시선을 가장 오래 붙잡았던 것은 무엇인가요.

이유를 찾지 말고, 그저 그 이끌림에 잠시 머물러 보세요.

당신의 내면 내비게이션이 오늘 당신에게 건넨 첫 번째 신호, 댓글로 들려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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