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저 시간을 뺏는 도둑인 줄 알았다.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앉아 정해진 문장을 옮겨 적는 일. 남들은 앞서나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그 황금 같은 시간에, 나는 홀로 멈춰 서서 느릿느릿 펜 끝을 움직였다.
그렇게 500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필사는 지독하게도 내 삶을 훔쳐갔다.
가장 먼저 훔쳐간 것은 내 안의 조급함이었다.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공포. 그것들이 펜 끝의 저항에 부딪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마모되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쓰는 속도보다 마음이 앞서나갈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는 순간, 내 삶을 오래 지배해 온 가짜 속도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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