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승강장, KTX가 미끄러져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는 이미 거기 서 있다.
멀리서 오는 친구가 출구에서 두리번거릴까 봐, 짐이 많을까 봐, 혼자 어색할까 봐. 그게 나다. 언제부터인지 친구들 마중과 배웅은 슬그머니 내 몫이 되어 있었다.
마중만이 아니다. 자처해서 김기사도 되어준다. 역에서 행사장까지, 행사장에서 맛집까지, 또 맛집에서 숙소까지. 기사 노릇도 어느새 내가 자처하고 있었다.
아무도 시킨 사람이 없다.
피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행사가 끝나고 다들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 나는 마지막 친구가 개찰구 안으로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까지 두 시간 반, 귀한 시간 쪼개 먼 길 온 사람인데 뒷모습만큼은 쓸쓸하지 않았으면 했다.
아들 결혼식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날은 오히려 더 그랬다. 부산까지 달려와 줬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고마운 얼굴들이었으니까. 역에서 예식장까지, 예식이 끝나고 다시 역까지. 핸들을 잡은 손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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