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이 강한 사람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by 서강

[필사 500일]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마라 /#09


마트 계산대 앞에서 나는 잠시 멈췄다.

앞사람이 쏟아내는 거친 말들이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점원의 실수도 아니었다. 그저 세상 어딘가에서 쌓인 울분을, 가장 만만한 순간에 터뜨리는 것이었다. 불쾌감이 전염병처럼 번졌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일렁였다.


그런데 정작 그 독설을 정면으로 받은 점원은 젖지 않았다.

기계적인 친절이 아니었다.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을 쓴 사람처럼, 단단하고 조용한 무언가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오래 눈을 뗄 수 없었다.


상처는 밖에서 배달되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상처를 '받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처는 내 안에서 키우는 화초와 같다. 상대가 던진 말은 허공을 떠도는 소음일 뿐이다. 그것을 마음의 화분에 심고, 물을 주어 괴물로 키우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기품은 바로 이 지점에서 결정된다.

무례한 감정을 내 영혼의 안마당으로 들여보낼지 말지, 그 '분별의 문'을 지키는 힘. 그것이 기품의 실체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기품 있는 자에게 폭력은 시늉으로 끝난다. 오염된 감정은 그들의 공기에 닿는 순간 힘


오늘 누군가의 말이 나를 찔렀다면, 잠시 멈춰 물어보자.

나는 지금 그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받아 마시고 있는 건 아닌가.

기품은 우아한 말투가 아니다. 받아들이지 않을 권리를 행사하는, 가장 고결한 거절이다. 분별하는 순간, 감정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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