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선물하기의 함정

선물 받고 왜 씁쓸했을까

by 서강


[필사 499일]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마라 /#08


우리는 선물을 받을 때 무의식적으로 '값'을 먼저 계산하곤 합니다. 얼마짜리인지, 브랜드는 무엇인지. 하지만 정작 우리 마음을 움직여 오래도록 간직하게 만드는 것은 가격표가 아니라 그 물건을 들고 온 사람의 '눈빛'과 '태도'입니다. 같은 커피 한 잔이라도 누가 어떤 온도로 건네느냐에 따라 그것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불쾌한 숙제가 되기도 합니다.


클릭 한 번으로 선물을 쏘아 올리는 시대, 편리함 뒤에 숨은 함정은 '전하는 방식'의 실종입니다. 무심하게 던진 "받아요" 한 마디, 선심 쓰듯 내미는 거만한 표정은 그 어떤 값진 물건이라도 순식간에 초라하게 타락시킵니다. 셰익스피어의 통찰처럼, 친절이 배제된 호의는 향기를 잃은 꽃과 같습니다.


기념일 단톡방에 기계적으로 뿌려지는 기프티콘들, 혹은 "안 써서 주는 거야"라며 상대의 고마움조차 민망하게 만드는 무례한 배려의 순간들.


사람은 물건에 다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에 실려 온 차가운 태도에 베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얹어졌다면 빛났을 순간이, 무례함 한 스푼에 지우고 싶은 생채기가 됩니다. 선물은 단순한 물건의 교환이 아니라, 우리 관계의 현재 온도를 증명하는 지표입니다.


문득 나를 돌아봅니다. 나는 진심을 담아 건넸을까, 아니면 체면이라는 숙제를 해치우듯 던졌을까. 선물은 내 손을 떠날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건넸는지가 상대의 기억 속에 영원히 박제된다는 사실, 다정한 말 한마디가 얹어지지 않은 선물은, 상대의 마음이라는 화병에 꽂히는 순간 시들어버린다.


최근 당신의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만들었던 선물은 무엇이었나요? 물건보다 더 빛났던 그 사람의 '말 한마디'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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