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갉아먹던 사람을 지운 날
베란다 화분에 말라비틀어진 잎사귀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이미 갈색으로 변했는데도 줄기를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었다. 안쓰러워 가위로 툭 잘라냈다. 그 순간, 가려져 있던 어린 새순에 햇살이 닿았다. 죽은 잎 하나 떼어냈을 뿐인데, 새 생명의 길이 열렸다.
그 길로 방에 들어와 핸드폰 주소록을 열었다. 수년째 연락도 없으면서 만날 때마다 나를 소모시켰던 이름들이 눈에 띈다. 지우지도, 그렇다고 반갑지도 않은 그 이름 앞에서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낡은 잎을 잘라내듯, 내 마음을 방전시키는 그 이름을 조용히 삭제했다. 손가락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방 안의 공기가 돌연 환기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이별을 늘 '상실'로만 해석하며 겁을 먹는다. 하지만 진정한 통찰은 이별을 '공간의 창조'로 본다. 죽은 잎을 달고 있으면 새순이 자라지 못하듯, 결이 맞지 않는 인연을 억지로 붙잡고 있으면 내 영혼이 숨 쉴 틈이 사라진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우리를 병들게 한다. 모두에게 친절하려 애쓰는 사이, 정작 나 자신은 멍들고 있지는 않은가. 만나고 나면 에너지가 채워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밑 빠진 독처럼 내 진심을 쏟아부어도 공허함만 남기는 사람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이런 관계는 붙잡는 것이 아니라 놓아야 한다. 관계의 결단은 모진 마음이 아니라, 내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적극적인 선택이다.
비워야 흐르고, 끊어야 새로워진다. 오늘 당신이 휘두른 그 결단의 가위가, 내일 당신의 삶에 가장 눈부신 햇살을 들여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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