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어른을 다룬다.
화려한 영웅도, 비극적 왕도 아니다. 그의 진짜 주제는 늘 하나였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 그래서 그의 말은 400년이 지나도 낡지 않는다.
1장. 어른은 자기감정을 소모하지 않는다
1장 필사를 마치고, 2장 필사를 시작하는 아침, 펜을 내려놓는 순간, 셰익스피어의 말이 가슴 한가운데 박혔다.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마라.
아침에 무심코 찻잔을 내려놓다 삐끗했다. 찻잔은 깨지지 않았지만, 찰랑이던 찻물 한 방울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순간 올라오는 짜증을 누르며 다시 그 문장을 읽었다. 이상하게도, 그 작은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 순간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잠언 31장의 그 여인이었다.
히브리어 '에셋 하일(אֵשֶׁת־חַיִל)'. 흔히 '현숙한 여인'으로 번역되지만 원어의 뜻은 훨씬 깊다. '하일'은 군사적 용어다. 강인함, 용맹함, 전장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힘. 현숙함이란 얌전함이 아니었다. 조용하지만 강한 것, 그게 진짜 현숙함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일곱 가지 절제도 결국 같은 말이다. 다 보여주지 않는 것, 다 말하지 않는 것, 다 빌려주지 않는 것. 이것은 인색함이 아니다. 중심을 지키는 일이다.
나는 오랫동안 착각했다. 다 꺼내놓는 사람이 솔직한 사람이고, 다 나눠주는 사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다 소진한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빈 그릇은 누구에게도 물을 줄 수 없으니까.
감정도 그렇다. 매 순간 반응하고, 매 순간 소모하는 사람은 정작 중요한 순간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어른은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이 아니다. 감정을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는 사람이다.
2장. 어른의 삶은 품격이 다르다
세상 물건에는 사람이 품격을 매긴다. 그걸 우린 명품이라고 한다.
같은 가죽도, 같은 천도, 누가 어떤 철학으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명품은 재료가 아니라 태도에서 태어난다. 보이지 않는 곳의 바느질까지 정성을 다하는 것,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도 기준을 낮추지 않는 것. 그게 품격의 본질이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잠언의 여인은 새벽을 깨워 일상을 돌보고, 사랑을 구호가 아닌 손발의 수고로 증명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함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삶을 지탱하는 근육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그게 지혜의 실체였다.
품격이 다른 어른이 되려면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의 태도. 그것이 결국 그 사람의 품격이 된다. 칭찬받을 때만 성실하고, 보여줄 때만 친절한 사람은 결코 품격에 닿을 수 없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지 않는다. 숫자만 늘어난 어른은 많다. 진짜 어른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무너지지 않고 중심을 잡는 사람이다. 말을 아낄 줄 알고, 단판 승부 대신 긴 호흡을 선택하는 사람.
오늘 나는 결심했다. 숫자의 어른이 아닌, 깨달음의 어른이 되기로.
지혜는 요란한 확성기가 아니라, 고요한 품격에서 태어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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