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검사가 아니라 베프였다
거울 앞에 섰다. 어제 시작한 다이어트의 결연함, 해독 체조로 붉어진 뺨. 낯설지 않은데 낯선 얼굴이다.
문득 '베프'라는 단어를 마지막으로 입에 올린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는 경고했다. 시간은 숨겨진 계략을 밝혀내고, 감춘 잘못을 비웃으며 창피를 준다고. 읽는 순간 서늘했다. 그런데 필사 노트를 덮으며 나는 그 문장 위에 조용히 다른 질문을 얹었다.
시간이 나의 베프라면?
진짜 친구는 내 실수를 들춰내 망신 주는 사람이 아니다. 못난 모습까지 함께 바라보며 "그래도 넌 귀한 사람이야" 하고 먼저 말해주는 사람이다. 시간도 그럴 수 있다. 적으로 두지 않고 반갑게 안아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루는 달라진다.
루틴이 족쇄처럼 느껴진 날이 있었다. 솔직히 지금도 그런 날이 있다. 그런데 루틴이 없으면 금보다 소중한 '지금'은 형체도 없이 흩어진다. 필사와 글쓰기로 영의 양식을 채우고, 정갈한 식단과 수면으로 육의 집을 고치는 것. 균형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내 안의 영과 육을 똑같이 귀하게 대접하는 일, 그것이 전부다.
오늘 당신에게 찾아온 시간은 어떤 얼굴인가. 심판관인가, 동반자인가.
어차피 흐른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 후회 대신 단단해진 나를 남기자.
노트를 펼쳤다. 펜을 들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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