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이 격차를 만든다

무례한 순간, 우아하게 이기는 사람의 비밀

by 서강

[필사 512일]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마라 /#21


툭 치면 무엇이 나오는지,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다.


현관문을 나서며 건넨 가벼운 목례에 어떤 이는 환한 미소로 화답하고, 어떤 이는 못 볼 것을 본 듯 고개를 돌린다. 내면에 무엇을 채워두었느냐에 따라, 같은 자극도 전혀 다른 결과물로 배출된다.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악담은 어리석은 자의 귓속에서만 잠든다고.


최근 오피스텔 전세 계약을 앞두고 황당한 손님이 떠올랐다. 대출이 실행 중인 물건이라 계약금보다 말소조건 확인을 먼저 권했다. 한 건 더 계약하는 것보다, 뒤탈 없이 진행하는 것이 먼저였으니까. 은행도 된다고 했다. 일정도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썩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설명을 더 했다. 그러자 이번엔 다른 말이 나왔다. 계약 당일 마음이 바뀌어도 되지 않냐고.


자신의 논리적 오류가 드러나자, 부끄러움 대신 억지를 선택한 것이다.


차분히 물었다. 임대인이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그 자리에서 못하겠다고 하면, 그게 사람이 할 행동이냐고. 그 손님의 내면에는 책임이 아니라 편의가, 배려가 아니라 회피가 탑재되어 있었다.


반응은 꾸미는 것이 아니다. 내면에서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상대의 거친 반응은 그가 가진 내면의 빈곤함을 증명할 뿐, 나의 가치를 훼손하지 못한다. 타인의 무례가 내 안으로 들어와 잠들게 내버려 두지 마라.


나는 그날 손님을 탓하는 대신 나를 돌아봤다. 나는 지금 내 안에 무엇을 쌓고 있는가.


오물 대신 향기를 채워두어야, 세상이 흔들 때 고운 빛깔의 내가 흘러나온다. 삶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반응하는 나의 태도로 완성된다. 올바른 반응은 훈련이다. 그 훈련은 아무도 보지 않는 오늘,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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