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가 허락한 가장 게으른 반항
주말 아침, 방바닥과 한 몸이 되어 드라마를 몰아본다. 남들이 보면 게으르다 혀를 차겠지만, 내게 이 시간은 치열한 생산을 위한 가장 경건한 소비의 의식이다. 만학도 수업, 투잡, 운동, 다이어트, 500일 넘게 이어온 필사까지. 촘촘하게 짜인 일상의 톱니바퀴를 잠시 멈추는 이 순간, 셰익스피어의 서늘한 문장이 불현듯 가슴을 친다.
"인생은 단지 그림자가 걷는 것, 무대 위에서 연기하다 사라지는 광기일 뿐이다."
허무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순간, 역설적으로 지금 이 순간의 조화가 얼마나 절실한지 깨닫는다. 기쁨도 슬픔도, 죽음조차 예고 없이 불현듯 찾아오는 이 무대 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배역에 충실한 것만이 아니다. 무대 뒤의 고요까지 사랑하는 일이다.
열정적으로 생산하는 삶은 아름답다. 그러나 뷰 좋은 카페에서 나누는 수다와 맛있는 음식에 감탄하는 소비자의 삶이 없다면, 그 빛은 금세 사그라든다. 가끔은 낯선 도시로 훌쩍 떠나는 것도 그래서다. 익숙한 풍경을 벗어나 낯선 골목을 걷고, 처음 보는 바다 앞에 멍하니 서 있는 그 시간. 그것은 도피가 아니라 충전이다. 세상이 음양의 조화로 돌아가듯, 삶도 치열함과 느긋함이 잘 섞여야 무너지지 않는다.
불현듯 찾아온 이 게으름을 죄책감 없이 즐기기로 한다. 인생이라는 짧은 연극이 끝나기 전,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완벽한 성취가 아니라 쉼의 조화다.
지금 당신의 무대는 안녕한가. 너무 빠르게 달리고만 있다면, 잠시 그림자의 속도에 발을 맞춰보길 권한다. 그것이 허무를 이기는 가장 우아한 반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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