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루틴은 소중하다.
찬 바람이 여민 옷사이로 스며드는 계절, 반려견 똘이 신이와의 산책은 루틴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반려견 신이와 똘이의 아침 산책 시간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해가 뜨지 않은 일곱 시에서 햇살이 퍼지는 열 시로 상의도 없이 결정했다. 나름 배려라 생각했지만, 이 작은 친구들에겐 배신이었다.
하루 루틴의 시작 첫 산책, 그 기쁨을 밀어낸 나를 향한 작고 강렬한 반란이 시작됐다.
두 녀석의 항의는 매섭고도 당차다. 실내 배변을 안 하는데 혹시나 하고 깔아 둔 패드 위에 똥을 싸 놓더니, 로봇청소기가 청소하고 있는데 방해라도 하듯 로봇청소기 앞에 똥을 물어다 놓는다. 단단히 심통이 낫나 보다. 마치 '우리도 루틴이 있다'라고 외치는 듯이, 생각해 보니 내가 잘못했다. 충분한 설명과 함께 이해를 구해야 했다. 배변을 보는 시간이 있는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변경했으니 패드에 응가를 할 수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 똥을 물어다 놓은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야단만 쳤으니,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협상을 시작했다. 똘이와 신이을 앉혀놓고 시선을 맞추며 “7시는 해가 안 뜨서 너무 추우니까 8시는 어때?” 똘이와 신이가 강한 긍정의 표시로 꼬리를 세차게 흔든다. 결국 우리는 타협점을 찾았다.
햇살이 겨우 언 땅을 데우기 시작하는 8시 산책길에 나선다. 두 녀석은 처음 산책 나온 것처럼 신나서 어쩔 줄 모른다. 꼬리가 바람을 그리며 춤을 춘다. 내 손엔 배변 봉투가 들려 있다. 냄새는 여전히 강렬하지만 배변을 처리하는 손놀림은 익숙하다. 배변 봉투를 묶으며 코를 찌르는 냄새에 '독해서 독까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독해서 독까스"라는 말을 한 번 되뇌어보면 독해서라는 단어가 독깨스로 들린다.
말로만 반려견이라고, 사랑한다고, 가족이라고 하면서, 정작 똘이, 신이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다.
겨울 아침, 똘이, 신이와 나누는 소소한 실랑이 속에서 다시 한번 삶의 지혜를 배운다. 서로를 향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