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날, 부동산 사무실에서 만난 풍경. 전세금 반환을 요청한 임차인과 너그러운 임대인. 세상살이 참 묘하다. 베푸는 마음과 받는 마음 사이 거리가 이리도 멀다니.
임대인은 서슴없이 사정을 헤아렸다. 전세에서 반전세로 계약 변경도 순순히 허락했다. 임차인 편의대로 계약일정도 맞췄다. 사람 사는 세상, 정이란 이런 것이리라.
계약서 작성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임대인이 말을 건넨다.
"계약서 작성 수수료는 임차인 필요로 진행했으니 임차인이 지불하면 되나요, 소장님?"
소장님도 웃으면서 화답한다.
"원래는 받아야 하는데 그냥 안 받겠습니다."
임대인 마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시간 내셔서 수고하셨는데 받으셔야죠. 점심이라도 드시라고 제가 조금 드리겠습니다."
반면 임차인 표정은 감정 없는 로봇 같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다.
소장님 한숨 섞인 목소리.
"잘 아시겠지만 이렇게 중도에 전세금 반환해 주시는 임대인은 거의 없습니다."
임차인 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하다. 제 필요만 챙기는 모습에 곁에서 보는 내 속도 타들어간다.
"소장님, 임차인에게는 수수료 받으시지 그랬어요. 베풀어도 고마움 모르는 사람에게는 베풀 필요 없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임대인이 워낙 착하셔서 그냥 안 받은 겁니다."
잘할 필요도 없다. 그저 기본만 지키면 된다.
고마울 땐 "고맙습니다"
미안할 땐 "죄송합니다"
말 한마디에 피어나는 인격.
말 한마디에 드러나는 품격.
말 한마디로 충분하다.
아침 이슬처럼 영롱한 감사 인사 한마디.
그 한마디면 충분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