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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엽이 이상해요

by 서강



"전두엽의 변덕스러운 속삭임"


창밖의 풍경이 바뀌듯 내 마음도 늘 새로움을 갈망했다. 사람들은 이런 증상에 이름을 붙였다. "싫증" - 그래, 바로 그거였다. 마치 어린아이가 새 장난감에 금세 싫증 내듯, 모든 것에 쉽게 싫증을 느꼈다.

눈코입만 달렸다면 누구든 친구가 되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빛은 점점 희미해졌다. 마치 달빛이 구름에 가려지듯, 돌아보니 성급함이 문제였다.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레 싫증이 찾아왔으리라,


다행스럽게도 물건에는 싫증을 느끼지 않았다. 덕분에 필요 없는 소비는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집은 달랐다. 사계절이 바뀌고 나면 어김없이 이사 충동이 밀려왔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묘하게도 이런 성향이 전두엽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치 정원사가 화초를 새 화분에 옮겨 심듯, 새로운 환경은 내 뇌를 생기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내 나이를 묻고는 깜짝 놀란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이후 한 번도 남의 밑에서 일하지 않았다. 틀에 박힌 일상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시작해도 늘 1년이면 한계가 왔다. 마치 철새처럼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고 싶어졌다.

지금 하는 부동산 일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부동산 안에서도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전두엽은 축제를 여는 듯 신이 났다.


그러다 글쓰기를 만났다. 매일 다른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 변덕스러운 전두엽을 사로잡았다. 마치 화가가 매일 새로운 그림을 그리듯, 글쓰기는 완벽한 놀이터가 되었다.


사랑하는 전두엽아, 제발 글쓰기만큼은 싫증 내지 말아 다오. 이번만큼은 오래오래 함께 가자. 적성을 찾아 헤매던 긴 여정이 마침내 종착역에 도착한 것 같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자신만의 특별한 전두엽 지도를 그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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