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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 남발 대참사

by 서강


호의의 한계와 균형


때로는 따스한 햇살처럼 내리는 호의가 차가운 그림자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처럼, 한없이 베푸는 호의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난날, 모든 이에게 봄비처럼 너그러운 마음을 내렸습니다. 힘들게 살아봤기에 한없이 베풀면 그만큼 따뜻한 관계가 쌓일 거라 믿었지만, 호의가 쌓일수록 권리가 되어가는 것을 보며 가슴 한편이 시렸습니다. 베푼 마음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돌아오는 순간들은, 마치 찬바람 부는 겨울 아침과도 같았습니다.




모든 음식을 좋아할 수 없듯, 모든 인연과 친밀할 수는 없습니다. 몸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을 거부하듯, 마음도 자연스럽게 경계를 그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편식하지 말라'는 말처럼, '모든 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는 강요는 어쩌면 우리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무례함과 이기심, 계산적인 접근으로 다가오는 이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을. 그들이 남긴 상처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지 모른다는 겸손한 성찰도 필요합니다.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전산임수의 풍경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진정한 관계의 의미를 되새기며 살아가리라고. 적당한 거리는 오히려 서로를 더 빛나게 만드는 법이니까요.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호의를 베풀되 현명하게, 관계를 맺되 분별력 있게, 이것이 바로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소중한 지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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