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발걸음이 있습니다. 어김없이 상담을 요청하는 목소리, 하지만 그 눈빛에는 어딘가 불편한 그림자가 서려 있습니다. 계약서는 이미 다른 곳에서 작성했다고 합니다. 세금 문제만 상담하고 싶다는 말 뒤에 숨겨진 마음의 색깔이 궁금해집니다.
마치 물감을 섞듯이, 여러 가지 색이 뒤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투명해야 할 자리에 불투명한 회색빛이 스며들어 있고, 때로는 검은색과 흰색이 어지럽게 섞여 있습니다. 양심이라는 맑은 물에 이해관계라는 먹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걸까요?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맑기만 한데, 사무실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서류 한 장에 담긴 숫자들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정직이라는 투명한 유리잔에 양심이라는 탁한 물이 조금씩 섞여드는 순간입니다.
그들도 처음부터 이런 선택을 하고 싶진 않았을 거라고. 어쩌면 현실이라는 무거운 짐 앞에서, 양심이라는 밝은 등불이 조금씩 흐려진 것은 아닐까요? 삶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은 어떤 색이어야 할까?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색은 맑은 물처럼 투명한 색일 것입니다.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를 비추는, 깨끗한 거울 같은 마음.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색이 아닐까요?
결국 우리는 모두 자신의 마음 색깔을 선택할 수 있는 화가입니다.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서, 우리는 매일 붓을 들고 우리의 양심을 그려나갑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이 선택의 문 앞에 서 있겠지요.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떤 색인가요?
밤이 깊어갈수록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그 불빛들처럼, 우리의 마음도 더욱 밝고 투명하게 빛나기를 바라봅니다.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본색을 잃지 않는 별빛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