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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by 서강


마지막 한 마디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이 생각을 지배하고 행동으로 연결됨을 깨닫는다.

"사람들한테 내 삶이 아주 멋졌다고 전해주세요."

죽음을 앞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유언 아닌, 유언이다. '멋졌다'는 말은 곧 '후회 없다'는 뜻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그는 어떤 혹독한 언어 훈련을 했을까? 어떤 삶을 살아야 내 마지막 순간에 이런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사람은 죽음치레를 잘해야 한다던 선조들의 말씀이 떠오른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는 황망한 경우가 많다. 평소에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겨야겠다.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죽음 앞에서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지 사색하게 된다.



내려놓음


비트겐슈타인이 막대한 유산을 포기할 수 있었던 이유가 늘 궁금했다. 필사하면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부유한 환경 속에서도 형제들의 예기치 않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 상실감이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입에 올리는 말은 단순한 소리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재료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확언을 한다. 그 확언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단순한 의식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



희망 회로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도망치고 싶다. 되돌리고 싶지 않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내 안에 장착된 '희망 회로' 덕분이다. 이 희망 회로의 원천은 성경 말씀, 자기 계발서를 비롯한 다양한 책을 읽고 삶으로 녹여내려고 애쓴 결과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던 그 시간, 나는 매일 아침 "모든 일이 잘 될 거야"라고 되뇌었다. 처음에는 그저 허공에 뿌려지는 바람 같았지만, 점차 내 마음에 자리 잡았고,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런 모지리 부모 덕분에, 사랑하는 내 새끼들은 자라면서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그 시련의 과정을 지켜본 덕분에 그들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졌다. 불평하지 않고 잘 성장해 준 아이들에게 눈물 나도록 감사하다.


나를 일으켜 세운 복음 송


" 왜 나만 겪는 고난이냐고 불평하지 마세요 고난의 뒤편에 있는 주님이 주실 축복 미리 보면서 감사하세요 너무 견디기 힘든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이 일하고 계시잖아요 남들은 지쳐 앉아 있을지라도 당신만은 일어서세요 힘을 내세요 힘을 내세요 주님이 손잡고 계시잖아요 주님이 나와 함께 함을 믿는다면 어떤 역경도 이길 수 있잖아요


왜 이런 슬픔 찾아왔는지 원망하지 마세요 당신은 잃은 것보다 주님께 받은 은혜 더욱 많음에 감사하세요 너무 견디기 힘든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이 일하고 계시잖아요 남들은 지쳐 앉아 있을지라도 당신만은 일어서세요 힘을 내세요 힘을 내세요 주님이 손잡고 계시잖아요 주님이 나와 함께 함을 믿는다면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잖아요"
KakaoTalk_20250309_094100620_03.jpg 베란다 밖 액자


베란다의 액자


베란다 밖, 병풍처럼 펼쳐진 액자가 있다. 사시사철의 변화를 담은 풍경을 선물해 준다. 새 생명을 알리는 봄, 젊음의 푸르름이 가득한 여름, 깊은 사색으로 영글어가는 지혜의 가을, 고요한 수용의 겨울까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 멋진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될 줄은 몰랐다. 대자연이 주는 풍경은 마치 우리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한 인생의 캔버스 위에 그려지는 것 같다. 살아내니 이런 날도 온다. 인생의 거친 파도를 헤치고 도달한 이 고요한 항구에서, 나는 지나온 폭풍이 가르쳐준 항해의 지혜를 음미한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


나의 말과 행동이 곧 희망의 씨앗이다. 오늘 뿌린 말의 씨앗은 내일의 현실로 자라난다. 무심코 내뱉는 부정적인 말 한마디가 우리의 하루를, 나아가 인생을 어둡게 물들일 수 있다. 반대로 희망이 담긴 말 한마디는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풍요로운 언어는 풍요로운 삶으로 이어진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 절대 생을 포기하지 마라" 이 단순한 말이 누군가에게는 오늘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유언처럼 내뱉는 말이다. 내가 내뱉는 말이 나를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를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우리의 언어가 우리의 세계를 창조한다. 오늘 당신은 어떤 말로 당신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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