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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물결

by 서강



한 권의 책이 내 삶을 바꾸고, 그 변화가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필사의 마법. 나는 그 물결의 시작점에 서 있다. 주말 아침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 나는 책을 품에 안고 독서모임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7시, 보통 같으면 이불과 한 몸이 되어 뒹굴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번 주말은 특별하다. 내가 추천한 김종원 작가의 『나의 현재만이 나의 유일한 진실이다』를 가지고 원포인트를 자청했기 때문이다.


몇 주 전부터 준비한 원포인트 발표를 위해 설렘으로 가득 찬 가슴을 진정시키며 독서 모임 장소의 문을 열었다. 밝은 표정으로 맞이해 주시는 선배님(교학상장의 의미로 선배라고 호칭)들의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하다. 주말 새벽을 깨우고 온 선배님들의 눈빛은 사슴처럼 맑고 깊었다. 옹달샘 같이 깊은 눈빛에서 배움에 대한 갈증을 읽을 수 있었다. 새벽 알람 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을 텐데, 그 피곤함은 온데간데없이 설렘으로 가득하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까?"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처음 오신 분들의 소개가 끝나고, 우리는 조별로 나뉘어 감사 나눔과 책 나눔을 시작했다. 나는 1조에 합류했다. 우리 조에서는 인도와 몽골을 다녀온 선배님들의 여행 후기가 펼쳐졌다. 끝없이 펼쳐진 몽골의 초원과 인도의 복잡한 거리가 내 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았다. 발품을 팔지 않고도 세계여행을 다녀오는 호사를 누린다. 선배님들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서 이국적인 공기가 우리를 에워싼다. 차가운 몽골의 겨울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인도의 뜨거운 태양이 내 등을 데우는 것만 같았다. 인도에 다녀오신 선배님은 느림의 미학을 배웠다고, 언어의 속도가 아주 많이 느려졌다.


드디어 원포인트 시간, 마음속 시곗바늘은 빠르게 돌아간다. 어떤 내용으로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책장을 넘기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밤하늘의 별을 세며 떠오른 생각, 결국 필사를 키워드로 잡았다. 글자 하나하나를 따라 쓰며 작가의 호흡을 느끼는 과정, 그것이 나에게 준 변화에 대해 전하기로 했다. 내 안의 작은 불씨가 다른 이들에게도 옮겨 붙길 바라는 마음으로,


심호흡을 크게 하고 발표를 시작했다. 필사의 종류와 주요 키워드, 필사가 좋은 점등을 발표했다. 나 홀로 필사를 시작했다. 텅 빈 방에서 책과 대화하는 시간, 그러다가 두 명의 선배님이 합류했다. 필사 3인방이 합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두 명의 선배님이 합류, 마치 등대를 향해 모여드는 배들처럼, 먼저 필사에 동참한 선배님들의 후기를 발표했다. 후기를 듣는 선배님들의 사슴 같은 눈망울이 더욱 빛났다. 마치 밤하늘에 별이 하나둘 켜지듯, 독서모임이 끝난 후 많은 분들이 동기부여를 받고 필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대 성공이다!


물 한 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듯, 필사의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변화는 가정을 변화시키고, 가정의 변화는 주변을 변화시키며, 그 파도는 점점 커져 나라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내가 만든 작은 파동이 누군가의 삶에 닿고, 그 누군가가 또 다른 이의 삶을 변화시키는 도미노현상처럼, 마치 가을 숲 속에서 한 잎이 떨어지면 다른 잎들도 함께 춤추듯이 보람을 느낀다.


필사라는 작은 돌멩이, 잔잔한 호수에 물수제비를 만들어 던졌다. 그 파문이 얼마나 넓게 퍼져나갈지, 그 끝을 상상하니 입꼬리가 치켜 올라간다. 주말 아침의 단잠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것은 가치를 매길 수가 없다. 단잠보다 더 깊은 평온, 이불보다 더 따뜻한 연결. 오늘 내가 나눈 필사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퀀텀점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작은 습관이 모여 삶을 바꾸고, 한 사람의 변화가 세상을 바꾼다. 나는 오늘도 책을 펼치고 펜을 든다. 필사의 물결 속에서, 나는 날마다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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