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올려다보면 날씨를 예상할 수 있듯이, 내 삶도 기록을 통해 예측 가능한 패턴이 보인다. 오늘 하늘은 구름이 잔뜩 찌푸리고 있다. 비가 오려는 징조다. 우리는 자연의 작은 신호만으로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짐작한다. 그런데 내 삶의 작은 순간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기록하지 않으면 모두 휘발되어 사라지고 만다.
"오늘은 뭘로 글을 써볼까?"
김종원 작가의 이 한 문장이 내게 전기 충격처럼 다가왔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오늘은 뭘 먹지?"라는 숙제는 반복하면서도, 정작 "뭘 쓰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았으니, 내게 스쳐 지나간 모든 순간이 휘발되고 만 것이다. 마땅히 먹을 것을 찾지 못해 고민하듯, 내 삶의 소중한 조각들도 찾지 못한 채 흘려보내고 있었다.
5년 다이어리를 통해 나의 희로애락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이 작은 습관이 내 삶을 바꾸었다. 일상을 단 5줄로 기록하는 것, 그리고 작년의 오늘을 만나는 기쁨은 생각보다 컸다. 그때의 감정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기록하는 모습을 보고 막내와 며느리가 따라 하더니, 어느새 친구들과의 제주도 여행에서도 함께 기록하게 되었다. 다섯 명의 친구 중 한 명이 이를 시작했고, 어느덧 1년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그에게 진심 어린 칭찬과 격려를 보냈다. 그리고 필사를 함께 하면 좋을 거라 말했더니, 그 친구도 시작해서 벌써 10일째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작은 불씨 하나가 여러 사람의 삶에 스며들고 있다.\
인생은 즐기며 살 수만은 없다. 희로애락이 담긴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기록하지 않으면 시간과 함께 사라지지만, 기록하면 그것이 나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 내 삶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는 필사를 통해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오늘도 나는 깨달음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옮기리라 다짐한다. 마치 날씨를 예측하듯이,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을 기록한다. 어쩌면 우리가 찾는 마음의 평화는 바로 이런 작은 순간들의 기록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빗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일상의 작은 기록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