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지도

이정표 사이의 쉼표

by 서강
나의 현재만이 나의 유일한 진실이다 中

책의 숲에서 만난 나비의 꿈

코로나라는 거대한 폭풍이 세상을 덮쳤던 그때, 줌(Zoom) 화면 너머로 처음 만난 부산큰솔나비독서모임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주었다. 차가운 화면 너머로 만남은 예상치 못한 항해의 시작이었다. 코로나라는 폭풍우 속에서도, 책이라는 등대를 따라 모인 우리들. 낯선 얼굴들 사이로 오가는 책의 이야기는 마치 잉크처럼 천천히 번져나가며 내 마음의 지도를 채우기 시작했다. 부산큰솔나비독서모임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꽃이 필까요?"

"이 구절에서 느낀 감동, 함께 나누고 싶어요."

"아, 그 부분 저도 밑줄 그었답니다!"


화면 너머로 오가는 책의 향기는 마치 봄날의 꽃향기처럼 내 마음 한편에 달콤하게 스며든다. 물리적 거리는 멀었지만, 우리의 마음은 책이라는 다리를 통해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글쓰기 밭에 뿌린 희망의 씨앗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독서모임에서 시작된 '신의축복 글쓰기 21'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스물한 번의 해가 뜨고 지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글로 피워냈다. 봄비처럼 내리는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되고, 그 문장들이 모여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순간들은 마치 퍼즐 게임과도 같다.

그러던 중 들려온 S작가의 브런치 작가 선정 소식은 나에게 도전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됐다. 두 번의 좌절과 세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의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도전하지 않았다면 그저 "브런치 작가도 있구나"하는 정보로만 스쳐 지나갔을 것을 생각하면, 그때의 용기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글씨도 춤을 추네

필사는 내게 숨은 그림 찾기 와도 같다. 작가의 글자를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서 따라 쓰며, 그들이 남긴 흔적을 더듬어간다. 때로는 희미한 발자국처럼, 때로는 선명한 이정표처럼 - 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이끈다. 어느새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이야기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 '본깨적'(본 것을 깨닫고 적용하기)은 단순한 글쓰기 습관을 넘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새로운 좌표가 됐다. 이 좌표를 따라가며, 나는 책 속에서 발견한 진실들을 현실의 지도에 하나씩 옮겨 그리기 시작한다.


독서와 필사를 하면서 만난 키워드들은 마치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것 같은 설렘을 가져다준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웠지만,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 미지의 영토에서 조금씩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내 삶이 키워드가 되고 키워드가 내 삶으로 녹아들면서 미완성의 작품이 조금씩 완성되고 있다. 책의 바다를 건너고, 글자의 산맥을 넘으며, 사색의 들판을 거닐었던 모든 순간들. 이제 이 지도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앞으로의 여행길을 안내할 소중한 내비게이션이 됐다. 매일매일 새로운 영토를 발견하고, 그곳에 나만의 이야기를 새겨 넣는 여행은 계속된다.


지적 비대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SNS라는 거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진실과 거짓의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온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야고보서 2장 26절)의 성경 말씀처럼 아무리 좋은 정보라 해도 그저 아는 것에 그친다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을 삶으로 옮기는 용기다. 지적 비대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이 필요하다. 참과 거짓은 어디나 존재하니까, 참을 발견하는 시선을 키워야 된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책장을 넘기고, 글을 쓰는 일은 계속된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선택의 순간에서,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이야기의 관객과 주인공이 된다. 도전하는 용기, 실패를 받아들이는 겸손함,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힘 - 이 모든 것이 모여 우리의 내일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간다. 책의 숲에서 만난 나비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되어 날개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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