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5,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는 마세요
김종원 작가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유튜브 알고리즘이 탤런트 선우용녀의 채널을 내게 건넸다.
81세의 그녀는 매일 아침 호텔 뷔페에서 건강식을 고르며 미소 짓는다.
그 미소가 어쩐지 가볍지 않다.
안전을 위해 벤츠를 샀다는 말 한마디에도
시간을 견뎌낸 노년의 자부심이 묻어난다.
문득 생각했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삶이 아닐까.
그녀의 지금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애쓰며 살아낸 결과물일 것이다.
나 역시 지금,
서낙동강 뷰가 펼쳐지는 집에 산다.
한강 못지않은 전망이 자랑스럽지만,
이 집 또한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아이 셋을 혼자 키우며
민생고에 허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불을 걷어내는 아침이 가장 무거웠고,
눈을 감은 채 영원히 현실에서 숨고 싶었던 날들도 있었다.
숨 쉬는 것조차 무게로 느껴졌던 시간들.
그 고단함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사람이 평생 그렇게 살라고 하면, 살아내기 힘들 것이다.”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힘든 마음을 나눌 대상이 사라진다는 것,
그것만큼 막막한 일도 없었다.
하루아침에 가장이 된 내 모습을 마주한 순간,
도망치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쓰며 살아냈기에
지금은 비로소 즐기며 살 수 있다.
선우용녀처럼은 아니더라도
나 역시 내 삶의 열매를 맛보고 있다.
가끔 내 현재만 보고 부러워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내가 걸어온 길, 겪어보겠냐고?”
그들은 대답 대신 고개를 젓는다.
사람들은 현재의 결과만 보고 부러워하지만,
그 과정 속의 땀과 눈물은 보지 못한다.
하루를 마치고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집’으로 향한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
그러나 그 집은 사람의 숨결과 손길이 있어야
비로소 생명력을 가진다.
지금의 집은 나의 안식처지만,
엄마의 집은 이제 기억만 머무는 집이 되었다.
그 안에 있던 따뜻한 기운은 사라지고,
시간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
하루하루 폐가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저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떠오르는 해를 보며 희망을 느낀다.
그 따사로운 빛은 단순한 온기를 넘어
새로운 하루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을 품고 있다.
나는 삶이란,
결과보다 과정을 버텨낸 사람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믿는다.
지금의 행복은,
젊은 날의 인내와 노력 위에 쌓인 결실이다.
창을 연다.
낙동강의 아침 햇살이 내 방 안으로 스며든다.
이 작은 평온조차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안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