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떠난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여긴 봄비가 내리고 있어.
창문에 맺힌 빗방울들이 서로 만나 흘러내리는 모습이 마치 우리의 인연 같아.
아들 결혼식은 무사히 잘 마쳤어.
축사를 준비하며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진짜 고민 많이 했어.
밤새 써 내려간 문장들 속에 당신의 흔적을 지우다가 남기다가를 반복했어.
결국 더는 묻어두지 않기로 했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오랫동안 숨겨왔는지 모르겠더라.
마음의 상처가 낫기를 기다린 것일까?
모든 일상을 당신과 함께하고 싶었는데
혼자라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아서 가끔은 현실 앞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많아.
오늘처럼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하나의 우산 속,
내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올리고 걷던 그 시절이 이따금 꿈처럼 떠오른다.
지금 내 곁에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무척이나 궁금하다.
함께 손잡고 산책도 하고 싶고,
밤새워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데
이제는 희망사항일 뿐이네, 나한테 많이 미안해해야 하는 거 알지?
너무 보고 싶다.
자기는 나 안 보고 싶은가 봐
꿈에 안 나타나는 걸 보면...
비가 그치면 추억도 잠시 멈추겠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하지만 비가 올 때마다 자기 생각이 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