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기대가 부담될 땐 그냥 실망하게 두세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25

by 서강

파란 하늘에 누군가 큰 붓을 휘둘렀는지, 흰 구름이 넓게 펼쳐진다 꿈결처럼 눈을 뜬다. 잠든 사이에도, 흔들리는 마음마저 품어주는 존재, 파랗게 기다리던 하늘처럼, 말없이 곁에 있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유난히 또렷하게 느껴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면,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괴테는 말한다. 글을 쓴다는 건 마음을 비우는 일이라고 말로는 다 담지 못한 것을 문장으로 옮길 때, 상처는 조금씩 자리를 비우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감정이 자리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고요한 작업이다. 글쓰기는 고독이다. 그 고독을 견디며 한 문장을 써낸다는 건 새로운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책을 읽는다고 비난을 하지 않을까? 어떤 이는 책에서 마음에 닿는 문장을 찾고 또 어떤 이는 비난할 구절부터 찾는다.


글자 하나하나가 얼마나 많은 날을 지나야 한 문장이 되는지, 비난은 대개 겪어보지 않은 자리에서 날아온다 글을 써본 적 없는 이가 글을 쉽게 재단하고, 마음의 언어를 모르는 이가 감정을 판단한다. 그럴 때마다 속이 뜨거워지지만 다시 생각한다. 그들을 바꾸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비난이 아닌 위로로 이어지는 길로 나아가면 된다.


사실 나도 누군가를 쉽게 판단했던 적이 많다 그때를 떠올리면 낯빛이 빨개진다. 그랬던 내가 글을 쓰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비난을 멈추고 들여다보는 법을 배운다. 내가 뱉은 말보다 삼킨 말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알아간다.


조용히 기다려주는 사람,
쉽게 판단하지 않는 사람,
비난보다 이해에 가까운 사람,

글을 쓴다는 건 그런 길로 나아가는 연습이다
한 단어를 고치고, 한 문장을 지우며, 나는 오늘도 내 안의 구름을 펼친다


KakaoTalk_20250521_082431942.jpg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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