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열고 관계의 온도를 높이는 법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28

by 서강


손바닥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어제 약국 앞에서 그를 마주쳤을 때, 나는 문득 작년 같은 날의 일기를 떠올렸다.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났구나. 소름이 돋았다.


두 번의 뒤통수

작년 5월, 한 달 동안 매일같이 발품을 팔아가며 카페 자리를 알아봐 준 고객이 있었다. "이 자리는 카페 하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데도 그는 내 말을 바람처럼 흘려보냈다.

오픈 전날, 전단지에서 낯익은 번호를 발견했다. 내가 소개했던 그 부동산이었다. 몰래 계약을 한 것이다. 전화를 걸어 확인하니 변명만 쏟아진다. 몇 달 후 2억이 공중으로 사라졌다는 연락이 왔다. 그제야 미안하다고 했다.


작년 여름, 6층 건물 전체를 맡아달라던 임대인이 "지인이 계약하기로 했다"라고 올해 1월 초 연락해 왔다. 수십 명의 고객을 안내하고 기획안까지 작성해서 토론했던 건물이다. 느낌이 쐐했지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겼다. 그런데 어제, 그 건물에 걸린 현수막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작년 11월에 상담해 준 고객의 번호였다. 결국 수수료 때문에 나를 제쳐두고 직접 거래한 것이다. 죄짓고는 못 산다더니 약국을 나와 모퉁이를 도는데 임대인의 빌딩 앞에서 마주쳤다.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실망스럽습니다." 변명만 늘어놓을 뿐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할 줄을 모르는 건지 절대 안 한다. 돈에 신경 안 쓰는 척, 쿨한 척하더니 결국 뒤통수를 친 것이다.


"모든 건 오해이니 오해푸시고 나머지 물건도 맡아달라"라고 했다. "됐습니다. 저는 이제 안 합니다." 단호히 거절했다. 한 번 신뢰를 깨뜨린 사람 앞에서 그 미끼를 덥석 물고 싶지 않았다.


발각되는 진실

손바닥으로 눈부신 해는 가릴 수 있다. 하지만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해도 달도 별도 품는 게 하늘이다.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 앞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목적을 품고 접근하는 사람이 있다. 본인은 하늘을 가렸다고 생각하겠지만, 다 보인다. 절대 가릴 수 없다. 보이지만 모른 체할 뿐이다. 닭이 머리만 모래에 파묻으면 안 보이는 줄 착각하는 것과 같다.


신기한 건 본인들은 분명 속인다고 속인 건데, 오래 못 가서 발각된다는 것이다. 진실은 모래 위의 발자국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5월 23일. 아들의 생일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일이다. 5년 다이어리를 적기 시작한 지 3년째, 작년 같은 날의 기록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내 일상 속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나답게

씁쓸하지만 이렇게 또 인생 학교에서 배운다. 내게 백해무익한 관계를 정리한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나다움을 지키며 살아가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조건 없이 펼쳐지는 자연처럼, 진실도 그렇게 드러난다. 손바닥으로는 결코 가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KakaoTalk_20250524_100206164.jpg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https://youtube.com/shorts/Vq1DCh3aSmA?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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