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말이 그 사람의 지능인 이유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29

by 서강


은행나무 잎이 전한 사랑의 언어


괴테의 시 한 편이 내 마음에 스며드는 아침이다. 은행나무 잎에 대해 사색하며 그 마음을 시로 표현한 괴테의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8세기 독일에서 바라본 동양은 지구 반대편, 거리상으로 엄청 멀었다. 실크로드를 거쳐야 닿을 수 있는, 상상 속 나라였다. 그런 머나먼 곳에서 온 은행나무 잎 하나가 괴테의 정원에 떨어졌고, 그는 그 잎을 집어 들었다. "이 나뭇잎이 내 정원에 맡겨진 그 비밀을 너는 알아차릴 수 있을까? 내가 하나인지 둘인지를, 아니면 내가 둘이면서 하나인지를?"


괴테는 은행나무 잎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하나의 잎이지만 두 갈래로 나뉜 모양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는 사랑의 신비를 담아서.

그 시를 읽으며 나는 떠올렸다. 아이가 떼를 쓸 때, 나는 어떤 말을 했는가. "그만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날카로운 말들이 공기를 찢고 지나갔다. 아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나는 뒤돌아 한숨을 쉬었다. 아이의 입장에서 왜 떼를 쓰는지 이유를 물어봤어야 했다.


김종원 작가는 말했다. "다정한 말이 그 사람의 지능이다." 지능이라니, 수학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닌데. 깊은 뜻을 찾기 위해 음미하며 사색한다. 다정한 말을 하려면 상대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지금 이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상처를 안고 있는지 헤아려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적절한 말을 찾을 수 있다.

말은 상대에게 닿기 전에 내 마음을 먼저 거친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실망스러울 때, 그 감정 그대로 내뱉으면 칼이 된다. 하지만 한 박자 쉬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다른 말이 나온다.


"힘들었구나. 엄마가 도와줄게." 같은 상황 다른 표현이다. 아이의 표정이 달라진다. 긴장했던 어깨가 내려앉고, 숨통이 트인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때 나는 알았다. 다정한 말이 정말 비싼 보약보다 낫다는 것을.

이미 성인이 된 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어린 시절 내 아이들에게 건넨 말들이 하나씩 생각난다. 성적표를 들고 온 날, "이게 뭐야?"라고 던진 말. 친구와 싸우고 돌아온 날, "네가 잘못했겠지"라고 단정 지은 말들, 아이의 마음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준비되지 않은 무지한 부모였다.


하지만 후회만 할 수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던가.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바꿔야 한다. 괴테가 은행나무 잎 하나로 사랑을 전했듯이, 나도 작은 말 하나로 사랑을 전할 수 있다. "오늘 힘들었지?" "잘 견뎌냈구나." "엄마, 아들 딸로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 이런 말들이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연습 중이다.


가끔 운전을 하면서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는 떠나고 남은 가족들은 슬퍼하겠지, 살아있는 게 당연한 것이 결코 아닌데, 살아있을 때 하고 싶은 말들을 세상 다정한 말들만 뽑아서 사용해야겠구나, 표현을 아끼지 않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다정한 말 한마디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시키고,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것이야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장 귀한 것이 아닐까,

은행나무 잎이 떨어지는 계절에는 노랗게 물든 잎들을 바라보며 괴테의 시가 떠오를 것 같다. 하나였다가 둘이 되고, 둘이었다가 하나가 되는 그 신비로운 모양처럼, 우리의 말도 나에게서 시작되어 상대에게 닿아, 닫힌 마음을 연결하는 오작교가 되기를,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꼭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KakaoTalk_20250525_062924718.jpg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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