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차곡차곡 성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37

by 서강


말의 온도


새벽 창가에 미세먼지가 내려앉았다. 회색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얼마나 따뜻한 말을 하며 살고 있을까.


부산큰솔나비독서모임에 발을 들인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이곳엔 특별한 규칙이 하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선배'라고 부르는 것이다. 처음 온 사람들은 예외 없이 당황한다.


"제가 왜 선배인가요?"

그들의 눈에 의아함이 떠오른다. 나도 그랬으니까. 교학상장(敎學相長).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는 뜻이다. 어색하던 호칭은 서서히 스며들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피어난다.


우리 부부는 동갑이다. 친구처럼 지내다 보니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다툼이 생기면 달랐다. 막말이 쏟아졌다. 상처가 되는 말들이 화살처럼 날아가 상대의 심장을 관통했다. "이건 분명 문제아 있어. 우리 방법을 찾아보자." 고심 끝에 결정했다. 서로 경어를 쓰기로.


"여보, 오늘 저녁은 뭘 드실까요?" "고마워요. 뭐든 좋아요." 처음엔 낯 간지럽고 어색해서 말을 하면서도 서로 웃기 바빴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정중한 말을 하다 보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다툼이 줄었다. 막말도 사라졌다. 말에는 온도가 있었다.


조선왕조 시대, 임금도 대비도 왕비도 모두 세자에게 경어를 썼다. 미래의 왕에 대한 예의였을까. 말이 사람을 만든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고난은 변장한 축복이라는 말이 있다. 고난 중에도 감사하고, 축복 중에는 더 감사해야 한다고 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


"오늘도 힘든 하루였어" 대신 "오늘도 잘 살아냈네"라고 말하면 어떨까. "왜 이런 일이 나에게만" 대신 "이 또한 지나갈 거야"라고 말하면 어떨까.


미세먼지 낀 아침, 나는 다시 다짐한다. 오늘도 따뜻한 말을 건네리라. 말 한마디가 사람 하나를 살리고, 말 한마디가 세상을 바꾼다는 걸 잊지 말자.


창문 너머로 햇살이 스며든다. 회색 하늘도 결국은 맑아진다. 세상에 바뀌지 않고 영원한 것은 없다.


KakaoTalk_20250602_074604410.jpg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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