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라는 표현이 노년을 무채색으로 만드는 이유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45

by 서강


나만의 언어를 찾아서


구름이 매일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어제는 솜사탕처럼 둥글게 뭉쳐 있더니, 오늘은 긴 붓질로 하늘을 가로지른다. 같은 하늘인데 왜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까.


토요일 순천 국가정원에서 각국의 정원을 거닐었다. 계곡물이 돌 사이를 비집고 흘러내린다. 나무뿌리가 바위를 감싸고, 그 틈새마다 이끼가 초록 융단을 깔아놓았다. 일요일과 월요일엔 포항 바다에 섰다. 파도가 모래를 핥으며 밀려왔다 물러간다. 6월 첫째 주, 두 발로 걸으며 눈으로 담은 풍경들이 가슴 한편에 쌓인다.


평범한 단어가 작가들의 손을 거치면 보석처럼 빛난다. 나무 한 그루도 '그냥 나무'가 아니라 '바람의 연인'이 되고, 비도 '그냥 비'가 아니라 '하늘의 편지'가 된다.


여행 중 보고 느낀 것들을 글로 옮기려 하면 생각이 시멘트를 바른 듯 굳는다. 아름다웠다, 좋았다, 감동적이었다. 천 번을 써도 똑같은 말만 나온다.


작가는 관찰자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한다. 사물의 소리를 듣고,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 그러고 보니 순천 정원에서도 표면만 훑었다. 계곡물이 돌을 어루만지며 흐르는 소리, 이끼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의 각도, 각국 정원마다 다른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리듬까지는 보지 못했다.


포항 구룡포 바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파도 소리만 들었지, 그 소리가 어떤 리듬인지, 모래 위에 남긴 거품이 어떤 모양으로 사라지는지는 놓쳤다.


하늘을 다시 올려다본다. 구름이 서쪽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바람이 구름을 밀고 있는 걸까, 구름이 바람을 이끌고 있는 걸까. 작은 궁금증 하나가 생긴다. 이런 질문에서 나만의 언어가 시작되는 것일까.


이제부터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해야겠다. 아침에 마주치는 길고양이의 꼬리가 어떤 곡선을 그리는지, 커피 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어떤 춤을 추는지. 작은 것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리라, 언젠가 내 안에서도 새로운 문장이 보석처럼 탄생할 것이다. 남의 말이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KakaoTalk_20250610_075523602.jpg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https://youtube.com/shorts/Ncb2pqv4m_0?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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