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진짜 주인, 자연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46

by 서강


진짜 주인

어린 시절, 우표를 모으며 앨범 페이지가 채워질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지금도 누군가는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숫자를 바라보며 그때와 같은 설렘을 느낀다. 하지만 우표 수집가가 우표의 주인일까, 아니면 우표를 편지에 붙여 보내는 사람이 주인일까?


움켜쥔 손의 무게

은행 창구에서 나온 한 남자가 통장을 들여다본다. 숫자가 하나둘 늘어날 때마다 어깨가 올라간다. 그런데 생활비로 십만 원을 빼내는 순간, 얼굴이 굳어진다. 마치 자신의 살점을 떼어내는 것처럼.

돈을 모으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모습이다. 쌓아두는 것에는 능하지만, 쓰는 것에는 서툴다. 주먹을 꽉 쥔 채 살아간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까 봐 더 세게 움켜쥔다. 그러다 보면 손가락이 저리고 팔이 아프다.

하지만 주먹을 펼치는 순간, 세상이 달라진다. 바람이 손바닥을 스친다. 갑갑했던 가슴이 확 트인다.


돈이 찾아가는 곳

실제로 돈의 주인은 쓰는 자다. 돈은 흘러가기 위해 존재한다. 강물이 고여 있으면 썩듯, 돈도 한 곳에만 머물면 생명력을 잃는다.

현명하게 쓰는 사람에게 돈은 다시 돌아온다. 씨앗을 뿌리는 농부에게 열매가 맺히는 것처럼. 반대로 돈을 꽁꽁 묶어두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다. 돈도 자신을 환영하는 곳을 안다.

어느 부자가 말했다. "돈은 내가 부리는 하인이지, 나를 부리는 주인이 아니다." 그의 통장에는 늘 돈이 들어온다. 쓸 줄 아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공짜 정원의 발견

창문을 열면 펼쳐지는 풍경이 있다. 누구의 것도 아니면서 모두의 것이다. 하늘, 구름, 새소리. 이 모든 것의 주인은 누구일까?

바라보며 즐기는 자가 주인이다.

매일 아침 창가에 앉아 필사를 한다.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펼쳐진 낙동강을 품은 하늘과 산 모든 것이 나의 정원이다. 정원사가 없어도 깨끗하게 관리가 되는 곳, 나의 멋진 정원을 즐긴다.

억만 평의 땅을 가진 부자보다 더 큰 정원을 가진 셈이다. 소유권은 없지만 사용권은 무제한이다. 더군다나 관리비도 세금도 들지 않는다.


하늘이 주는 선물

해가 뜨고 달이 뜬다. 별들이 깜빡인다. 누가 전기세를 낼까? 누가 관리할까? 모두 공짜다. 그런데 하루에 몇 번이나 하늘을 올려다볼까?

가장 소중한 것들은 대부분 무료다. 공기, 햇빛, 바람. 이것들을 독점하려는 사람은 없다. 독점할 수도 없다. 그래서 모두가 주인이다.

어떤 아이가 물었다. "엄마, 저 구름은 누구 거야?" 엄마가 대답했다. "네 거야." 그 순간,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늘의 별이라도 따주겠노라 말한다. 하지만 딸 수 없다. 누구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길 위에서 만나는 것들

산과 강과 바다는 다르다. 보려면 길을 나서야 한다. 신발을 신고, 문을 열고,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

산에 오르는 사람에게 산이 선물을 준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맑은 공기, 새로운 다짐. 모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강가에 앉아 물소리를 듣는 사람에게 강이 위로를 건넨다.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와 대화하는 사람에게 바다가 답을 준다.


진짜 부자의 비밀

결국 주인이란 소유하는 자가 아니라 누리는 자다. 가지려 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자다. 움켜쥐지 않고 흘려보내는 자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다. 가진 것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이다. 가장 깊이 누리는 사람이다.

오늘 하늘을 올려다보자. 구름 한 조각, 새 한 마리도 우리의 것이다. 돈 한 푼 내지 않고도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 진짜 주인이 되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손을 펼치면 된다.


KakaoTalk_20250611_071837929.jpg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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