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50
어릴 적 엄마집에 세 들어 사시던 작은방 할머니가 계셨다. 작은 체구에 참 깔끔하신 성품의 할머니가 하시던 말이 있다. "눈같이 게으른 것이 없고, 손같이 부지런한 것이 없다."
무인 세탁방 오픈 전, 청소업체를 부르기 전에 기본적인 청소를 했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니 삼겹살에 소주가 당겼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막내가 야채와 항정살을 사 들고 왔다.
"엄마, 오늘 수고했어. 고기 구워 먹자!"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린다. 고기 굽는 소리와 어우러져 묘한 하모니를 만든다. 비 온 뒤 공기는 상쾌하다. 창문을 활짝 열고 깊게 들이마신다. 폐 깊숙이 스며든 신선함이 몸속 구석구석을 씻어내는 듯하다.
다음날 아침, 고기를 다 먹고 난 싱크대에 그릇탑이 나를 반긴다. "이래서 외식을 하나 보다." 웃음이 터졌다. 작은방 할머니의 말씀처럼, 눈은 저 많은 설거지를 보며 한숨만 쉰다.
"저 많은 설거지를 언제 다해" 하지만 손은 다르다. 팔을 걷어붙이고 기름진 그릇들을 하나씩 씻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싱크대 안의 탑들이 무너져 주변이 깨끗해진다.
설거지를 마치고 일본에서 사 온 녹차라테 초록에 빠져든다. 휴일의 여유가 컵 속에서 향기로 피어오른다. 다행인 건 설거지가 귀찮지 않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다. 끝내고 나면 찾아오는 깨끗함이 좋다.
눈은 고민만 하고, 손은 해결한다. 머리로 계산하고 있을 때 손은 이미 시작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오늘,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