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49
어느 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꽂힌다. 생각 없이 던진 그 사람의 말이 며칠째 내 속을 뒤집어놓고 있다. 밤잠을 설치며 되뇌는 순간, 문득 어머니 얼굴이 떠오른다.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 안 듣게 해라."
어머니는 이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오셨다. 그 모습을 보며 자란 나 역시 타인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가정교육의 힘은 대단하다.
그날도 그랬다. 상대방의 말버릇을 고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도 계속 부딪힐 텐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답한 마음을 안고 창밖을 바라본다.
비가 내리고 있다. 운무를 온몸으로 받아주는 산을 바라본다. 산은 묵묵히 서 있을 뿐이다. 강물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 빗방울들, 빗방울을 소리 없이 받아주는 강물. 강은 거부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품는다.
김종원 작가는 말한다. 타인의 생각에 지배받지 않고 살고 싶다면 세 가지 말버릇을 내 것으로 만들라고,
첫째,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내게는 나만의 생각이 따로 있어."
둘째, "세상에 틀린 생각은 없어. 그저 서로 다를 뿐이지."
셋째,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배웠어."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듣기 좋다. 어릴 때 처마밑 대야에 떨어지던 그 빗방울 소리가 생각나다. 비만 오면 처마가 있는 한옥카페로 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런 게 향수일까?
사람은 태어나면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만난다.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살펴야 하고, 배려와 용서도 배워야 한다. 하지만 타인의 모든 말에 흔들리며 살 필요는 없다.
강 물처럼, 산처럼.
이제 나는 웃으면서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사람의 생각은 모두 다르지 않을까? 내게는 나만의 생각이 따로 있어. 네 생각이 정답은 아니라고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