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53
타이머가 울린다.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침마다 달걀 두 개를 삶는다. 첫 끼에 내 몸에 공급하는 것이 하루를 좌우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까먹는다. 불 위에 올려두고 딴 일을 하다가 까마귀가 친구를 데려온다. 그 친구는 늘 검은 연기를 피운다. 태운 냄비가 몇 개인지 세어본 적이 있다. 손가락이 모자랐다.
이제는 타이머를 건다. 10분. 정확히 10분 후에 울리는 그 소리가 나를 구원한다. 오늘도 그랬다. 필사를 하다가 깜빡했는데, 따르릉 소리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끌림이었다.
세상은 모든 것이 끌어당긴다. 좋은 에너지든 나쁜 에너지든, 우리는 늘 무언가에 이끌려 산다.
타이머 소리에 이끌리고,
냄새에 이끌리고,
사람에게 이끌린다.
나는 지금 어떤 에너지에게 끌리고 있을까.
아침 달걀을 까면서 생각한다. 노른자가 반숙으로 익었다. 완벽하다. 이런 작은 성공도 좋은 에너지를 만든다. 실패한 냄비들도 나름의 에너지였다. 그 덕분에 타이머를 사용하게 되었으니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나를 지치게 한다. 만나고 나면 온몸이 무겁고 마음이 축 늘어진다. 어떤 사람은 나를 살아있게 한다. 헤어지고 나서도 발걸음이 가볍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결이 맞는 사람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고, 침묵해도 편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을 나는 추구한다.
달걀흰자를 한 입 베어 물며 다짐한다.
좋은 관계의 끌림을 당하고 싶다. 서로를 끌어올리는 사람들, 함께 있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관계들.
타이머가 또 울린다.
이번엔 차 우리는 시간이다. 3분 후, 나는 또 다른 끌림을 따라 주방으로 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