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54
괴테는 왜 제비꽃을 택했을까? 수많은 꽃 중에서도 유독 그 작고 보잘것없는 꽃을 시로 남겼을까?
답은 제비꽃의 마지막 순간에 있었다. 소녀의 발에 밟혀 꺾이면서도 제비꽃은 슬퍼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뻐했다. 자신을 밟은 그 발이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 대목에서 멈춰 섰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밟힌다. 때로는 악의로, 때로는 무심코.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떻게 반응했던가? 원망했고, 분노했고, 상처받았다고 떠들어댔다. 제비꽃과는 정반대로.
괴테가 포착한 건 제비꽃의 순수성이다.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 그것이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본다. 모두 똑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똑같은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군중 속에서 나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고 있었다.
제비꽃은 들판 한구석에서 혼자 피어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도 보지 않아도. 그저 자신다운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긴다.
오늘 아침,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생각했다. 만약 내게 단 하루만 남았다면 어떻게 살겠는가? 남의 눈치를 보며 살겠는가, 아니면 제비꽃처럼 나답게 살겠는가?
햇살이 피부에 닿는다. 따뜻하다. 이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살아있다는 증거다.
제비꽃이 괴테에게 남긴 메시지는 간단했다.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중심을 지키며 살라고. 그것이 진짜 삶이라고.
나는 오늘도 제비꽃을 닮아가려 한다. 작지만 확고한 나만의 색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