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과거를 확장시켜 더 나은 미래를 짓는 존재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55

by 서강


돌멩이와의 대화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들었다. 창밖으로 강도 산도 보이지 않는다. 회색 장막이 세상을 덮었다. 이런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스승의 말이 있다. "시인이 되려면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모든 사물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때는 막연했다. 돌멩이와 대화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어린아이들이 돌멩이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저 아이다운 순수함 정도로 여겼다.


주방에서 삶은 계란 하나를 까먹는다. 나머지 하나는 각종 야채와 함께 반죽에 풀어 넣는다. 팬에 기름이 지글거린다. 빗소리와 닮은 소리다. 왜 비 오는 날이면 이런 고소한 음식이 생각날까.

부침개가 노릇하게 익어간다. 뒤집는 순간 김이 피어오른다. 그 김 속에서 문득 깨달았다. 나도 어릴 때 돌멩이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을.


"어린아이와 같아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다. 순수한 마음, 불순물 없는 시선. 그것이 시인의 눈이었구나.


마음의 눈으로 보니 보인다. 안개에 가려진 산도, 빗방울에 씻기는 나뭇잎도,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부침개도 모두 나와 이야기하고 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화창하면 화창한 대로 감사하다.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사람은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한다. 내가 바라보는 모든 사물에 시선을 멈추고 대화하는 삶을. 돌멩이도, 빗방울도, 삶은 계란도 내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KakaoTalk_20250620_081414723.jpg 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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