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우울증 환자야

우울증의 시작과 끝

by 서강




반복되는 메아리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삶이 풍요로워질수록 늘어나고 있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는 정신 질환자가 드물었다. 주변에서 우울증 걸린 사람을 쉽게 만나게 된다. 만나기만 하면 입버릇처럼 자기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는 친구가 있다. 오랜 지기 친구라는 이유로 멀리할 수도 없고 해서 아주 가끔 만나지만, 만날 때마다 부정적인 기운에 에너지가 빠지는 것 같아서 평소에는 물리적 거리를 두고 있다.


여느 때처럼 친구와 만나는 자리.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친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고장 난 CD처럼 똑같은 멜로디를 반복한다. 과거의 상처, 시댁에 대한 원망, 남편과 자녀에 대한 끝없는 불만을 잔뜩 내뱉으면서 주변을 금세 부정적인 기운으로 가득 채운다. "네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 "과거는 이미 지나갔어. 지금 이 순간을 봐." 위로의 말들은 그저 귀를 스치는 바람에 불과하다. 친구의 귀는 열려 있지만, 마음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마치 좁은 우리에 갇힌 새 같다. 날개는 있지만 펼치지 못하고, 과거의 철조망에 걸려 있다. 자유로움을 꿈꾸면서도 그 좁은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다.



거울 보기

문득 나 자신을 마주한다. 혹시 나도 이런 모습은 아닐까? 누군가를 편하지 않게 하는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좋은 기운을 주고받아야 행운의 기회가 온다는데, 보고 듣는 것은 우리 의지로 막기 어렵지만, 말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거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파랑새를 찾고 있지만 파랑새는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다. 내가 느끼려고 하지 않을 뿐,

“여호와여 내 입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 내 마음이 악한 일에 기울어 죄악을 행하는 자들과 함께 악을 행하지 말게 하시며 그들의 진수성찬을 먹지 말게 하소서(시 141:3,4)





양심의 소리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할게." 쉽게 내뱉는 말이지만, 진정 그 의미를 아는 이는 드물다. 가슴에 손을 얹는 순간, 무엇을 느끼는가? 심장 박동. 살아있음의 증거. 양심에 손을 얹는다는 것은 단순한 몸짓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용기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갖다 댄다. 순간 마음이 경건해지면서 하던 일도 멈추게 되는 힘이 있다.


닫힌 마음, 치유의 시작

상처받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결코 쉽지 않다. 좋은 기운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 미술, 치료 상담을 하시는 분들 대단한 것 같다. 오은영 박사님만 보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좋지 않은 기운을 온몸으로 받을 텐데 어떻게 해소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진정한 공감은 상대방을 바꾸려 들지 않는다. 마음 문을 강제로 열지 않고, 그저 그 문 앞에 함께 있어주는 것. 닫힌 마음은 아픔의 메아리다. 그 메아리에 귀 기울이되, 나의 마음도 챙기고 보호해야 한다. 변화는 폭풍이 아니라 이슬처럼 와야 한다. 부드럽게,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판단 대신 이해하고, 강요 대신 기다리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인간의 마음은 때로 닫힌 창문 같다. 하지만 언젠가 그 창문은 열릴 것이다. 때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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