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57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었다. 매일 아침 붓을 든다.
"오늘은 햇빛이 너무 좋아서."
"오늘은 구름이 너무 이뻐서."
"오늘은 비가 와서."
매일 핑계를 찾았다. 붓을 든 손으로 그림 대신 변명을 그렸다. 한 점의 그림도 남기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정보의 홍수 시대, 현대인은 수많은 지식을 만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이후 독서 열풍이 분다. 집 근처 국회도서관은 쾌적하다. 책도 빌리고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게 만난 책에서 나는 무엇을 배우고 실천하는가? 수많은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은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아무리 좋은 지식도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좋은 재능도 사용하지 않으면 도루묵이다.
창밖 강물 위로 보슬비가 내려앉는다. 강물이 흐르는 방향과 속도를 들여다본다. 이렇게 가까이서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아무리 멋진 풍광이 펼쳐져도 카메라 줌을 당기지 않으면 강물의 속도와 방향을 만날 수 없다.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매일 들여다봐야 한다.
결국 실천이 답이다. 붓을 든 손으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 책을 읽은 손으로 삶을 써야 한다.
오늘도 비가 온다. 핑계를 찾기에는 너무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