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69
어제도 늦은 밤이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똘이와 신이가 달려온다. 꼬리를 흔들며 배고프다고 말하는 녀석들 앞에서 나는 또 허둥댄다. 가방도 제대로 내려놓지 못한 채 화식부터 챙겨주는 내 모습을 똘이가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 시선이 묻는다.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는 거야?
현대인의 삶은 시계추처럼 빠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벌써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줄을 선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점심시간에도 업무 메시지를 확인한다. 퇴근 후에는 집안일이 기다리고, 잠들기 전까지 하루를 정리하느라 또 바쁘다.
언제부턴가 나는 여유를 잃었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뜨거운 줄 모르고 후루룩 마신다. 길을 걸어도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걷는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도 뭔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런 내게 구원처럼 다가온 것이 유튜브 속 반려견 캠핑 영상이다. 강아지와 함께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우며, 별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며 나는 대리만족한다. 댓글창에는 나처럼 지친 사람들의 부러움이 가득하다.
"혼여가 버킷리스트"라고 적힌 수첩을 빤히 들여다본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 그것도 캠핑장에서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상상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문득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을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달려온 것은 아닐까?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침 식사시간, 똘이와 신이의 천진난만한 눈동자가 다시 나를 바라본다. 그 시선 속에서 답을 찾는다. 내게 허락된 소중한 하루를 나를 중심에 두고 살아보자. 남의 길을 부러워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길만 보며 걸어가자.
곁눈질하지 않고, 충실하고 여유 있게.
계곡에서 들려올 물소리와 새소리가 벌써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