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괴테의 시, 필사 #68
방송에서 동남아 출신 외국인이 말했다.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 순간 내 얼굴이 굳어졌다. 왜 이해하려 하지? 다르면 다른 대로 인정하면 될 텐데. 심지어 고부갈등 같은 악습도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걸 보면서 속이 뒤틀렸다.
그런데 오늘, 펜을 들고 이 글을 쓰다가 깨달았다. 내 안에 박힌 가시가 보였다.
여행을 다니면서 내 시선이 바뀌었다. 제주도에서 본 일출과 강릉에서 본 일출이 다르듯, 문화도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바빠요?"라고 말해도 이상 짜증 나지 않는다. 필리핀 여행 중 마트에서 계산을 하는데 문제가 생겨 뒷사람들이 한참을 기다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 순간 미안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 나라에서는 천천히 문화가 자리 잡혀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효율이, 그들에게는 여유가 소중한 것임을 알기에 그들에게서 여유를 배운다.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봤다. 편견이라는 먼지, 고정관념이라는 녹. 닦아내니 맑은 거울이 나타났다.
이제 다른 문화를 만나면 트집 대신 선물을 찾는다. 인도 친구의 느린 말투에서 여유를, 일본 친구의 세심함에서 배려를 발견한다. 내가 서 있는 땅이 넓어진다.
매일 걷는 길에서도 새로운 걸 찾는다. 골목길 벽화, 카페 사장님의 웃음, 아이들의 재잘거림. 내 발이 닿는 곳마다 내 마음의 영토가 된다.
문화는 이해하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듯,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새 낯선 것이 익숙해지고, 다름이 아름다움으로 변한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문화는 무궁무진하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수두룩한 세상에서 나는 매일 배운다. 그리고 그 배움이 나를 더 큰 사람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