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필사 #17
오늘 필사한 니체의 문장을 읽는 순간, 한 장면이 떠올랐다. 30년 전 어느 날, 남편이 얼굴 전체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소식에 나는 주저앉았고, 어린 나는 단 하나의 마음으로 수술실 앞에서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얼굴만 깨끗하게 해 주세요. 그러면 평생 주님 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교회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신자인 나는 그날 하나님께 서원기도를 드린 것이다. 어쩌면 내 생애 처음으로 ‘말’에 온 마음을 실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내 삶을 바꾸었다. 기도가 있는 곳에 내가 있었고, 누군가 손잡아줄 사람이 필요할 때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내게 ‘교회에 산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저 말의 무게에 이끌려 살았을 뿐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니체의 문장을 따라 필사하며 다시 깨닫는다.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나하나 쌓여 나를 지켜보고 있다. 입 밖으로 흘린 말 한 줄이 내 삶을 안내하는 지도처럼, 그날의 기도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제는 말하기 전에 마음부터 들여다본다. 말이란 결국, 나를 향한 약속이니까.
당신의 말 가운데 아직 삶에 남아 있는 문장이 있나요? 그 말은 지금도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